일본 여행을 하면서 가장 감미로운 것은 맥주 맛이었다. 어떻게 관리를 하는 건지 작은 가게에서 파는 생맥주도 그 신선도가 아주 좋았다. 무슨 맨뉴얼에 따라서 정확하게 지키는지 궁금했다.
맥주를 잘 만든다거나 아니면 물이 좋아서 그렇다고 한다면 나는 수긍을 하지 않는다. 각자의 개성이 있듯이, 그 지역의 특성에 맞추어서 가능한 자원을 이용해서 빚어내는 맥주는 맛의 차이가 될 것이고, 기호식품이니 만큼 각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선호도가 다를 것이다. 그래서 어느 맥주가 최고의 맛이라는 말은 너무나 주관적이기에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만드는 방식이 다르고, 들어가는 원료의 량이 다르고, 첨가되는 향료가 달라서 그 절묘한 맛의 변화가 최고 맥주를 탄생시키는 것에 의의는 없다.
아무리 훌륭한 맥주를 만들어도 그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을 바로 먹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그런데 일본에서는 마치 공장에서 막 생산된 맥주를 먹는 듯한 그런 맛을 제공하는 곳이 작은 가게들이다.
역 주변에 쭉 늘어선 간이음식점의 식당에서 생맥주를 한잔 시켰다. 잔 주위가 이미 성애가 낀 것으로 보아 잔을 냉각처리한 것 같다. 이정도는 어느나라에서나 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 잔에 담아온 '아사히' 맥주는 그 시선도가 최고였다. 맥주의 맛 하나만을 내고 나머지 훗맛이나 지저분한 맛이 없었다.
친구랑 나는 감탄을 했다. 이정도의 맥주 신선도는 우리나라 최고급 호텔 바에서나 가능한 수준인데...어떻게 이런 간이주점에서 이런 맥주를 서빙한단 말인가 하며서...
독일, 미국, 영국...출장중이나 여행중에 나를 위로해주던 맥주에서는 이런 맛을 느끼지 못했다. 정성이 담긴 것일까? 일본에 머무는 내내 나는 맥주 생각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다른 어떤 음식보다도 생맥주는 나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한국에 돌아 와서도...그 맛을 그리워한다.
누군가 일본에 가거든...꼭... 생맥주를 들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정말 아름다운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