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죽이기

한소식

덕산연담 2010. 1. 3. 08:55

불가에서는 깨달음을 얻어서 성인이 되는 것을 '한소식'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자기가 가지고 있던 모든 고정관념이 모두 깨어지고 전혀 다른 세상에 태어나는 것을 말한다. 마치 꿈에서 깨어나면 현실은 전혀 다른 세계처럼...

 

한소식이란 결국은 자기를 돌아보는 것의 완성이다. 내가 지금 누구이며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늘 깨어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참으로 유쾌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도움 없이 자기가 자기를 보아야 한다는데 어려움이 있다. 내가 내 얼굴을, 내 등짝을 거울없이 본단 말인가~! 그래서 누구나 도인이 되지 않는 이유가 된다.

 

그러나 내가 누구인가를 가장 쉽고도 자세히 알 수있는 방법은 참으로 많다. 나를 평가하는 모든 사람들의 말이 곧 나라는 사람이다. 단지 그 평가를 내가 인정하지 않을 뿐이지 사실이다. 내가 스스로 한소식을 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다른 사람이 나에게 한소식을 전해주는 것은 참으로 쉬운일이다.

 

친구랑 통화를 하면서 전해지는 '나'라는 존재는 참으로 부끄러웠다. 그 친구의 말이나 마음씀새가 너무나 넓고 넓은데다 무한히도 나를 감싸주는데 얼굴이 붉어지는 느낌이었다. 짧은 대화이지만 너무나 소중했다. 새해의 선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한소식을 한 기분으로 흥분되었다. 너를 통해서 나는 또 다른 나로 태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친구는 곧 스승이라고 공자는 말했나보다.  친구가 3명이 모이면 그중에 하나는 꼭 스승이라 했는데...

 

불끈 솟아오르는 새해 첫날의 태양을 보면서 나가 두손 모아 기도한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나를 새롭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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