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죽이기

남겨두기

덕산연담 2008. 11. 21. 10:58

'명심보감'이라는 책에 보면 '유유여불진지교 이환조물-留有餘不盡之巧 以還造物 라는 말이 나온다. 우리말로 바꾸면 '네가 지닌 능력을 다 소진하지 말고 남겨 두었다가 너를 만들어준 조물주에게 돌려 주라'는 말이다.

 

그 말을 읽은 때가 아마도 서른 즈음이었는데, 말이 참 이상해서 기억에 남았나 보다. 모든 내용이 열심히살고 부지런하라 네 잠재능력을 깨워서 네 실력의 2, 3배 내도록하라..등등 뭐 그런 자기개발과 성공을 주로 머리에 담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그와는 반대로 네 능력을 남기었다가 나중에 조물주에 돌리라니....명심보감의 다른 말과 잘 일치가 않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뜻을 잘 몰랐다. 그냥 한문을 배워볼라고 잡은 책인데다 그 책은 고전중에서 우량도서이니까 다 맞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만이 있었다.

 

그렇게 세월이 20여년을 훌쩍 넘어서 다시 그 글귀를 바라보니 이제는 이해가 되는 듯하다. 그럼 그래야지 네 능력의 2할이나 아니면 최소 1할이라도 남겨두어야지 아주 멋진 삶이라는 생각이 확연히 든다. 왜일까?

 

첫째는 지금 내가 가는 인생의 방향이 대부분 다른 시점에서는 틀리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다시 무엇인가 다른 인생방향을 정하려면 남겨둔 그 놈이 참으로 유용할 것이리라.

 

둘째는 임종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남겨둔 에너지로 자기 혼자의 힘으로 당당히 가는 것이 멋진 일이라 믿는다. 허겁집겁 비명을 지르며 숨을 거두기 보다는 여유로움에서 마지막을 정리하려면 조금은 남겨 준것이 있어야 하리라.

 

모든 것을 다 써 버리지 말고 아끼고 남겨두어서 나중에 돌아가서 조물주를 만나거든 반납을 하고 너무나 많은 능력을 주어서 다 쓰고도 남아서 이렇게 가져왔노라고 말하고 이승에서는 조물주 덕분에 더 이상 바람이 없이 넉넉히 살았노라고 아부를 해도 좋을 듯하다.

 

혹시 지금 힘이 들거든 너무 많이 써버린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일이다. 너무 할일이 없으면 너무 많이 남기는 것은 아닌지 챙겨볼일이다. 여유가 있다는 것은 남겨두는 것..... 할 말도 남겨두면 입에서 여유가 생길까? 여유가 생기면 말을 아낄까?

 

누군가가 무엇을 남겨두면 그는 분명 여유가 있는 사람임에 틀림이 없으리라.

 

허허 그럼~!! 나는 나를 위해 무엇을 남겨 두었나?....생각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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