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 세트란 말이 이제는 숫자를 세는 단위에 속한다. 양말 1개, 장갑 1개 이렇게 낱개로 되어있는 것을 양말1개와 장갑1개를 합쳐서 포장을 하면 양말 장갑 1 세트가 된다. 그리고 식탁을 세팅한다고 하면 음식이 나오면 먹을 수 있도록 수저나 포크등을 제자리에 놓아 두는 것을 말한다. 마찬가지로 전자제품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취향으로 맞추어 놓는 것을 세팅이라한다.
그러면 리세팅은? 말 그대로 다시 세팅을 하는 것이다. 이미 되어있는 상태를 처음으로 돌리고 다시 원하는 방향으로 만드는 것이다. 과거는 지우고 지금부터 시작인 셈이다. 전자제품에는 대부분 이런 버튼이 있다.
나에게도 이런 기능이 있나? 있다면 참으로 쉬울텐데...인생사는 것이 말이다. 화나면 홧김에 리세트하면 모든걸 처음으로 갈거구, 기억하기 싫은 것은 금방 지워질 것이고, 여태까지의 잘못이나 실수도 초기화 되니까 부담없이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에게는 그런 리세트 기능이 분명하게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그 기능을 본인이 사용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 기능은 본인의 의지와는 반대로 작용할 지도 모른다. 리세트가 필요하면 그 기능이 작동을 않하지만 필요없을때는 실수처럼 누루지도 않았는데 리세트가 된다.
몇일 전 저녁을 먹으면서 한잔 먹은 술이 나의 리세트 버튼을 누른 모양이다. 나는 누루고자하는 마음이 조금도 없었는데 기억이 없다. 무슨말을 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그리고 또 시간은 왜 그리 빨리 갔는지...정신도 그렇지만 몸은 천근만근이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다. 그전에 나를 찾기가 힘들다. 너무나도 희미하다.
함부로 리세트를 하면 중요한 정보를 잃어버린다. 내가 원하지 않는 리세트는 고통 뿐이다. 내가 리세트를 당하지 않으려면 많은 주의와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한 것 같다. 그래야만 될것 같다.
그런데 리세트를 당하고나면 무엇인가가 후련하다. 아마 리세트로 인해서 잡다한 정보를 정리가 되었나 보다.
인생의 마지막에 치매라는 이름으로 인생을 리세트 해주나 보다. 모든 걸 잊고 가볍게 떠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