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잘 나가는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지금 하는 작업이 '어진화-御眞畵'이다. 임금의 모습을 한폭의 그림에 담는 초상화이다. 참으로 기막힌 일이다. 사진이 아닌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보는 사람 모두가 동감을 해야 할 것이니 그리는 사람은 얼마나 힘들겠는가
프랑스 몽마르뜨 언덕에 예술가 집단이 있다. 소복하게 많이도 그림을 그리는 화공이 지나가는 관광객을 상대로 그림을 그려준다. 연필로, 붓으로, 목탄으로, 파스텔로 자기가 좋아하는 재료로 그린다. 20분 정도이면 완성이 된다.
프랑스..왠지 예술가가 수준이 있어뵈고, 국내에서 좀 잘 나간다하면 프랑스 유학을 내세운다. 그래서 나도 폼을 잡고 앉아서 내 초상을 코믹하게 표현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비슷하거나 똑 같은 것은 이미 사진으로 가능한 것이니 별 의미가 없어서다.
카메라가 아닌 화공 앞에 처음으로 약 20여분을 앉아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내가 보고 그들은 나를 보고...그러나 내가 집중한 것은 화공의 눈이었다. 그림을 즉석에서 그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까..더구나 상상력을 발휘하여 나의 특성을 파악하여 코믹하게 그리는 일이 말이다. 그 화공은 내정도 나이가 된듯했지만 참으로 눈동자가 맑았다.
나는 그 눈동자 속으로 들어 갔다. 깊고 깊은 심연의 평화스런 곳이었다. 두사람은 말이 없었지만 무엇인가를 느끼고 이야기하고 작은 전율을 느꼈다. 순수한 사람의 차분함이 좋았다. 화공은 아무나 하는것이 아닌것 같다.
그 그림이 수십만장의 사진보다도 좋다. 에너지가 녹아 있는 덕분이다. 자주 보면서 그 화공이 나를 표현한 이미지를 생각한다. 멍청하면서도 웃는 모습이 순진한다. 그 사람의 눈과 내눈이 많이 닮았다. 이름도 모르는 화공이었지만 그는 내 어진을 그린 '어진화사'이었다. 큰 돈을 못준것이 너무 아쉽다. 가이드가 좀 값을 깎으라고 해서 그랬더니 그게 걸린다. 좀 더 줄걸...
홈피에 뜨는 내 초상이 멋진가여?... 웃긴다구여?...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