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비

덕산연담 2008. 10. 31. 13:59

일단 비가 오는 것은 축복이다. 무조건 축복이다. 그 비는 아마도 태평양 바닷물이 하늘로 올라가서 구름이되어 바람이 이리로 몰고 오다가 때를 만나서 여기에 내리는 그런 사연을 가진 비인지도 모른다. 얼마나 오랫동안 하늘에 떠 있었는지, 그리고 어디서 내릴 뻔 하다가 여기로 왔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지금 내리는 비는 항상 조금만 내린다. 나무들이 겨울을 준비하느라 많이 먹지를 않는다. 앙상하게 가지를 말리려면 입사귀도 다 날려 보내고 군살을 다 제거하려니 물도 자제를 해야한다. 필요한 데가 없어 인가 가을비는 오는둥 마는둥이다. 그래도 한번 오면 확실하게 날씨가 변한다.

 

축축하게 비가 내리면 차분해진다.  나무잎이 온전하게 그 비를 다 맞고는 무거워서 제 힘에 무너진다. 보이기는 멀쩡한데 이미 힘이 없다. 비오고 난 후 나무 밑에는 낙엽들이 수북하다. 비는 이렇게 나무의 옷들을 서서히 벗긴다. 그 힘이 대단하다.

 

비가 오면 맨몸으로 비를 맞는 것이 좋았는데...가을비는 사절이다. 으시시 추운 것이 영 기분이 꽝이다. 그래도 비가 오는 것이 축복이다. 하늘에서 보내는 메세지는 단 세가지 방법으로 전달을 한다. 번개, 천둥, 비 또는 눈.

 

내 생각에는 번개는 정신차리라고, 천둥은 겁먹으라고 그리고 비랑 눈은 칭찬이라며 보내는 것 같다. 아직은 우리가 사는 곳이 좋은 곳인가보다. 시시때때로 비를 보내는 것을 미루어 짐작해 보면....

 

새벽에 내리는 빗줄기가 꽤나 굵기에 누군가가 좋은 일을 했나? 아니면 큰 은행나무가 오늘 옷을 벗으려고 예약을 했나? 하고 혼자 생각했다.

 

아무튼 좋은일이다. 오늘은 좋다. 비가 제법와서...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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