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병풍 완성

덕산연담 2008. 9. 10. 10:22

병풍이라는 것을 내가 만들라고 생각을 하다니 참으로 기특하다. 결국은 어제 완성된 것을 찾아 왔다. 제사나 지내는데 쓰는 물건으로 만 알았던 것이 아닌가~! 그러던 내가 무려 100만원을 들여서 병풍을 만들다니~~

 

내가 아주 귀하게 여기는 글귀가 있다. 사생의 자부라고 일컫는 '석가모니'부처님이 설을 하신 '금강경'이다. 완전한 한글로 그뜻을 온전하게 바꾸어서 한번만 읽어도 번뇌가 녹아내리고 금방 가슴이 뭉클해지는 그런 내용이다.  나는 매일 아침에 그 것을 읽었다.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다. 

 

'이 각각의 살아있는 것들이란 생각은 단지 생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 각각 살아있는 것들은 실제로는 하나하나 나뉘어져 있는 게 아니다'라는 마지막 부분에서는 눈물이 난다. 어쩌면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매일 책으로 읽으면서 난 병풍을 생각했다. 내가 정성을 들여서 글을 쓰고 그 것을 병풍으로 만들어서 놓고 책 대신 서서 읽으면 멋진 일이 될 것같다는. 그래서 서툴지만 한글을 붓으로 써 보기 시작했다. 잘 쓰지는 못해도 정성을 들여서 써 보기로 하고 참으로 많이 써 보았다.

 

습작으로 써보니 7쪽이 나왔다. 서예를 하는 친구에게 보여주니 감탄을 한다. 너가 언제 이런 걸 해봤냐고 하면서. 8쪽으로 되어야 병풍이 된다는 말에 새로운 붓을 구해서 다시 써 보았다.  비오는 일요일 음력 6월 18일 (양력으로는 7월20일) 아침 7시에 시작된 내 붓글씨는 천둥과 번개를 치며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계속되어 8쪽이 저녁 10시에 끝났다.

 

온몸이 비틀리고 머리는 마비되고 더 이상 아무런 미련이나 아쉬움이 없었다.  너무 축축해서 한지는 늘어졌고 먹물은 무섭게 번졌지만 아무튼 마무리했다. 늦은밤 일부러 비를 맞으며 집 주위를 걸었다. 정말이지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니 졸고 잇는 것 처럼 보였다. 호프집에 들러 혼자 맥주를 먹으려다 그만 두었다. 그냥 걸었다.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멍하기도 했다. 비가 얼굴을 때리니 시원했다.

 

낙관을 찍고 병풍을 만드는 일은 인사동 친구가 도와주었다. 과연 병풍으로 된 내 글씨는 어떨까? 어제 찾아와서 집에서 사진을 찍었다. 멋졌다. 오늘은 새벽에 일어나서 서서 한번을 읽었다. 내 꿈이 실현된 것이다. 설레인다. 내일도 모레도 시간이 나면 언제나 읽으면서 잠자는 나를 '늘 깨어 있게'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아~~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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