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묻지를 않아도 나는 선뜻 '나는 팔자가 좋대요' 라고 먼저 말을 한다. 그러면 그냥 좋다. 그리고 그말을 듣는 사람도 막연히 좋아하는 것 같다. 팔자가 좋다는 사람과 같이 있는 것이 나쁜 사람보다는 기분 좋지 않은가.
누가 나에게 팔자가 좋다라고 말한 적도 없다. 흔한 철학관에, 용한 점쟁이집에 간적도 없고 본적도 없다.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오늘의 운세엔 관심이 없다. 그런데 나는 늘 그렇게 남들에게 이야기한다. 나는 팔자가 좋은 사람이라고. 듣는 사람이 믿든 아니든 무관하게. 특히 우리 가족에게는 더욱 자주 말한다. 더불어서 마치 내가 무엇인가를 아는 척하며 아들들에게는 '너희들 팔자가 아빠 보다도 훨씬 좋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기분 좋으라고 한다.
인생 팔자가 무엇인가? 12년 34월 56일 78시에 태어나면 12345678의 8개의 한문글자가 팔자, 즉 8개 글자이다. '무자0901자시'- 오늘 새벽 0~1시 사이에 태어난 아기의 팔자가 이것으로 정해지는 것. 태어나는 것은 본인의 의지가 아니므로 팔자를 마음대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이다. 그런데 그 팔자를 가지고 좋다 나쁘다고 말한다. 철학으로 풀어서 그렇다고 한다. 행여 맞을지도 모른다.
진짜로 팔자가 좋은 사람이 있을까? 내 생각에는 없다. 살아있어서 에너지를 만들어 써야 되는 동물에게는 좋은 팔자가 없다. 아무튼 결국은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이기에. 팔자가 좋으려면 늙어서 추해보이거나 병들어서 고통을 받거나 죽어서 썩어 없어지는 일이 있으면 안된다. 안그런가?
그래도 나는 팔자가 좋다고 믿는다. 팔자가 좋기에 아직은 젊고, 아직은 안아프고 아직 살아 있는거다. 정확하게 나는 아직은 팔자가 좋다. 아직은.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