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린 시절...내 기억으로는 6살 전후가 아닐까? 그냥 마실을 간 친구 집에서 그 엄마의 당황스런 모습을 보았다. 아들인 친구를 주려고 만든 닭 백숙을 나와 나누어야하는 것~! 표정과는 다르게 친절한 말로 나를 대접해 주었고, 난 처음으로 맛있는 백숙을 먹은 기억이 있다. 손님이 오지 않으면 잘 해먹지 못하는 음식이었다.
친구들과 만남이 있어서 모인 자리에 메뉴가 '닭백숙'이다. 부추를 얻져서 나온 닭은 정말로 뽀오얀 살을 내 보이고 있다. 두 손으로 주물러서 뼈를 추리고 잘 삶아진 고기를 먹는다. 참으로 맛있다는 생각을 했다. 닭은 살아있는 닭을 그 날 잡아오구, 인삼등 약재를 구해서 넣고 제대로 삶았다고 설명을 한다. 밑 반찬도 시골 부잣집의 간이다. 삯인 고추가 입맛에 맛는다. 파 김치도 싱싱하니 부추랑 고기랑 싸먹으니 제 맛이다. 닭 고기로 우려낸 국물이 시원하다.
준비된 음식이 이야기를 하면서 먹기가 편하다. 요리를 해 가면서 먹는 삼겹살 구이는 푸짐은 한데 정신이 없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한 건지 어떻게 술이 취한건지 끝나면 아쉬움이 남는다. 단 둘이 먹는 식사는 괜찮은데...여럿이 함께 하는데는 애로가 많다. 넉넉한 음식과 차분한 분위기가 친구들의 사이를 더 가까이 하는 것 같다.
외국에서 빠에 가니, What's your poison?하고 물었다. 직역하면, 너의 독약은 뭐니? 인데 뜻은 무슨 술 먹을래? 이다. 술도 골라 마시는 것이 신기했다. 그 당시는 보통 우리는 소주, 막걸리로 통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세월이 지나 이제 우리도 술은 각자 취향에 따라 마신다. 소주, 맥주, 산사춘, 청하 네가지 술을 꺼내서 마시니 이제 우리도 잘 산다는 뿌듯함이 온다.
적당히 먹고 적당히 취하고 적당히 담소를 나누었으니, 헤어지는 뒷 모습도 예쁘다. 하늘은 보니 작은 상현달이 웃는다. 또 만나자 시간 될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