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을 하면서 머물던 호텔은 동경의 시나가와 역 근처의 Prince Hotel Tokyo Tower이었다. 깨끗하고 조용해서 나름대로 잘 묵고 왔다. 그 호텔이 자랑하는 전통정원이라는 곳이 있다. 비싼 도쿄의 땅값을 생각하면 그 정도의 공간에 나무를 가꾸고 산책로를 만들었으니 자랑을 할 만도 하다. 물론 투숙객은 대부분 여유롭게 둘러본다. 나도 아무런 생각없이 가족들이랑 산책을 나섰는데...
이럴 수가 없다. 바로 눈 앞에 선 5층 석탑은 분명 한국식이다. 한 눈에 우리나라 것임을 알 수가 있었다. 늘 절에 가면 대웅전 앞에 있는 불국사 석가탑을 닮은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탑이다. 우리 한옥의 지붕 치마를 흉내내서 각 층의 지붕을 만들고...기단에는 부처를 조각하고...탑은 작은 불국토를 상징한다.
일본 식민지 시절 그들이 우리의 문화재를 약탈했다고 하더니 이런 것이구나...제자리를 잃고 남의 나라에서 장식물로 전락을 한 탑을 보니 마음이 섭섭하다. 풍양조씨와 안동권씨가 왕권을 흔들어서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지 않고, 조금 넓게 서민에게 베풀었다면 동학은 없었을텐데...그러면 이 탑도 그 자리에서 지금은 우리의 절을 받고...소중하게 국보니 문화재니 하면서 대접을 받을텐데...역사의 아쉬움이 뼈에 사무친다.
한참을 서서 탑을 바라보면서 위로한다. 그래도 지금은 그 그늘에서 벗어났으니 웃자고. 혹시 나중에 우리가 더 잘 살고 더 부강해지면 그때는 더 잘 모셔서 한국으로 가져갈 날이 있으리라 믿자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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