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순례후기

원각사 봉사 후기(2012.11)

덕산연담 2012. 11. 26. 10:40

 

온전하게 일요일을 통째로 시간 내려면 그 전날부터 집안일에 봉사를 해야한다. 아직은 현역이라서 일하는 날에는 회사를 가야하고 주말에만 쉬니까...가족들 비위도 맞추고...다른 약속들도 모두 미루고...이런 저런 정성을 들여야만 겨우 온전하게 편한 마음으로 봉사를 한다. 사실은 봉사라고 할 만한 일도 아니다. 다른 봉사자들 속에 섞여서 작은 일을 돕는 것이 나의 임무이다.

 

금요일 저녁에...난 법회를 준비했다. 미리 스님에게 건의를 하고 스님의 허락을 받은 터이지만 실제로 법회에 참석을 할 회원은 얼마나 될지...또 관심은 얼마나 있을지...오히려 스님에게 누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내심 조바심이 났다. 법회의 순서와 우리가 읽을 금강경의 일부를 한문과 한글로 적어서 프린트를 했다. 15장? 20장? 30장?...망설임이 잠깐 온다. 18장으로 결정했다.

 

익숙하게 원각사를 들어선다. 3번이 넘으니까 이제는 많이 익숙해서 좋다. 문을 열고 인사를 나눈다. 이제는 반가운 보고싶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환영을 표시한다. 다들 착하고 착한 사람들이다. 정말 마음이 착해서 일까? ...그 주변에 맑은 기운이 느껴진다. 늘 하던대로 11시쯤 되어서 사시공양 예불을 멋지게 스님이 하신다. 모두가 일손을 멈추고 나의 신앙을 고백한다. ..사생의 자비로운 아버지 이시고, 삼계(색계, 욕계, 무색계)의 스승이신 석가모니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며 머리숙여 의지하나이다...로 시작되는 공양의식은 새벽에 하는 예불보다는 조금은 더 푸근한 느낌을 준다.

 

..스님의 축원이 끝나고...무료로 나누어드리는 점심식사 시간이다.

 

들어 오실때는 어깨가 늘어져 있다가 한 그릇을 뚝딱하시고 기운차려서 나가시는 연로하신 어르신을 보면 마음이 짠하고 기분이 좋다. 미안하고 고맙다면서 연신 인사를 한다. 국수가 너무 맛있다고 한그릇 더 달라시는 할아버지를 보니 그 동안 얼마나 허기가 있었는지 짐작이 간다. 무려 172분이 오셔서 280인분의 국수를 드셨단다. 여기는 잔치집 원각사이다...ㅋㅋ

 

청소를 하고, 주변을 깔끔하게 하고 우리는 스님을 중심으로 둘러 앉았다. ..난, 감히 죽비를 잡고 입정을 했고 그리고 금강경 제 1장, '법회가 생긴 이유' 부분을 함께 읽었다. 스님은 아주 자세하고 친밀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다과를 나누며 조용히 작은 목소리로 더듬어 주시는 법향은 참으로 향기로왔다. ...금강경은 '공 空'-'나'가 없음 이 핵심이며 자비로움의 극치라고 하신다.

 

...원각사 노숙자가 문앞에 버린 오물과 지독한 냄새를 내는 물건을 손수 치우면서, 석가모니 부처님의 자비로움을 떠올리면서...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마음을 내신다고 하셨다... 스님의 법문이 끝나고 우리는 사홍서원을 마음껏 불렸고, 손을 잡고 산회가를 부르며 12월의 봉사를 기약했다.

 

돌아서는 발길이 가볍다. 처음해본 우리의 법회는 성공적이다. 모두가 행복하고 그래서 더 바람이 없는 나날이 되시길 바래본다.

 

...석보리(釋菩提) 스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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