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암에서 2박3일을 머물면서 순례를 마치던 날, 작은 스님이 큰 스님의 책이라고 하면서 선물을 주신다. 승가대학원장을 지내신 아주 학문이 높으신 스님이라고 소개를 받아서 인지 그 안에 내용이 궁금했다. 얼마나 고뇌를 하시면서 써내려 간 책일까?
...결론적으로 특별한 내용이 없다
산에서 사는 하루 하루는 별반 큰 일이 없다. 꽃이 피고 눈이 오고...그런 일상의 사건도 매우 크게 느껴지고 세속의 사는 삶이 객관화되기에 스님의 마음에는 큰 파도가 없나보다. 모든게 네 탓이고 모든게 중생의 눈으로 바라본 어려움이지 스님의 눈에는 모두가 평화이다.
학의 다리는 긴 것이 당연하고 오리 다리가 짧은 것은 현명해서이다. 오리다리가 길다면 어떻하라고? 또 학이 오리발이면 어떻게 그 먼길을 날아 가라고?...그런데 이것이 진리라고 무슨 큰 발견을 한거라고 거창하게 책 제목을 삼았다.
산문이다. 주제가 없는 생각나는대로 적은 글이다. 나는 이런 글을 접할때마다 왜? 라는 질문을 한다. 그저 번뇌가 가득한 글이다. 번뇌가 쉰 '선禪'의 경지에서 시원한 글을 쓰지 못했다. 대부분 그렇다. 법정스님처럼 처절한 고뇌와 고독과 몸부림이 없이 해주는 밥을 먹고, 상좌들이 아비모시듯 모시고, 신도들이 떠받들어주는 삶을 사는 스님은 혼자 앉아서 책을 읽고 그 책을 인용하고...그렇다고 하더라고 하면 그만이다. 한문으로 더 깊게 쓰면 더 모르게 쓰면 그만이다.
알량한 한문 읽기 능력이 큰 스님이라고 칭해준다. 뜻모를 한문을 외워서 읊으면 된다.
난, 늘 스님의 책을 읽으면 그 분의 철저한 수행과 그 높은 뜻을 알아채려고 한다. 그런데 없다. 어떤 스님은 농사짖고 밥해 먹는 어떤 농부의 일을 적어 놓고는 마치 자기가 성인인척 하기도 한다. 새벽에 예불도 하지 않고, 늦잠을 자고, 참선도 하지 않으면서 늘 화두를 든다고 노래를 한다. 수행이나 부처님의 가르침이 이렇게 녹녹하지는 않다. 치열해야한다. 목숨을 걸고 해야하고...글 속에 에너지가 넘치고 싸움터의 긴장감이 있어야한다.
상처가 없는 나무가 어찌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자기의 철저한 관리와 고뇌가 없는데 어찌 남에게 감동을 줄 수가 있을까~!
책을 덮으면서 나를 돌아본다. 나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오리가 학처럼 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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