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흔적

덕산연담 2011. 9. 7. 16:15

배가 물을 가르고 가면 그 흔적이 남는다. 일렁이는 물결과 작은 거품들 그리고 약간의 기름띠가 물위에 남는다. 배가 지나간 흔적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흔적은 희미해지고 다시 언제 배가 지나 갔을까 싶을 정도로 다시 잔잔해진다. 이제 흔적을 찾으려면 배가 지날때 물이 흔들려서 강뚝에 내민 물의 자국을 확인해야 한다.

 

모든 일은 흔적을 남긴다. 에너지를 사용한 모든 일은 낡고 늙어간다. 우리 공학에서는 엔트로피의 증가라고 정의를 한다. 눈에 보이는 흔적은 그냥 사실의 기록에 불과하지만 보이지 않는 흔적은 흔적임을 눈치채기도 어렵다. 마음이 아프다면 거기에는 어떤 에너지의 변화가 있었다. 그래서 남은 흔적이 마음을 아프게하는 것이다. 그 흔적이 사라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연휴동안에 걸어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스님에게 부탁을 하고 우선 절집을 잡았다. 1박에 2 만원정도의 보시가 있으면 된다고 한다. 아침과 저녁은 준다네. 참으로 싸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방은 다른 사람과 같이 쓰는 조건이지만 운이 좋으면 독방차지도 될 수 있단다. 

 

그런데, 왜 마음이 허전할까?...내가 오히려 마음이 가라 앉는다. 흔적이 남는다. 생각으로는 별것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혼자서 어딘가로 떠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가보다. 말로는 잘 다녀온다고 하지만 또 다른 환경에서 적응을 하고 몸을 학대하려면  불편함이 따라오리라.

 

지금이 아니면 이런 경험도 못 할 것 같다. 아침에 운동을 하면서 잘 몸을 만들어서 이번 겨울에는 히말라야를 다녀오면 좋겠다는 망상을 했다. 더 늦기전에...이번도 더 늦기전에 돌아보고 싶은 곳이다. 이런 저런 상념과 얼굴이 떠오른다. 내가 서울에 없으면 그리워하는 친구가 있을까?

 

...눈물 가득한 눈망울에 예쁜 소녀라면

...아빠를 그리워하는 착한 아들이라면

...누구든 나를 기억하는 좋은 사람이라면 좋겠다.

 

배낭을 싸고, 끈을 묶으며 작은 다짐을 한다. 천천히 그러나 쉬지않고 늘 깨어있는 시간을 보내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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