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2일차...새벽에 일어나서 준비를 한다. 오늘은 바닷가에서 수행을 하기로 한 날이다. 넘실대는 파도를 보면서 깊은 바닷 속의 천국을 경험하는 날이다. 모두가 준비에 여념이 없다. 과연 오늘 수행 프로그램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천국의 문은 어디로 가야 찾을 수가 있을까?
...어제밤 스승님은 이야기를 했다. 검은 색 반바지에 검은 색 티셔츠에...수건을 목에 두른 사람을 찾으면 그 사람이 알려 줄것이라고. 그런데 그 대문에는 '부부'라는 말이 있다고...
티벳에서는 환생하는 아이를 찾을 때 점을 친다. 그리고는 그가 태어난 고장의 첫글짜와 그 아비의 이름 첫 글짜를 알아낸다. 신기하게도 맞는다. 그래서 찾은 아이는 '링보채'라고 지난 생을 이어서 이번에도 다시 큰 스승으로 살아간다. 그런데 우리는 그와 비슷하게 천국의 입구를 찾는다. 과연 찾을 수가 있을까?
동쪽으로 달리고 달려서 도착을 한 곳은 '부부횟집'이다. 물회가 전문인데 문전 성시이다. 고급 승용차가 주차장에 즐비한 것으로 보아 여기가 맞는 듯 싶다. 늘 천국의 입구는 분빈다. 하지만 그 입구까지 만이다. 진짜로 천국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원효스님이 말했다. '천국의 문은 막는 사람이 없는데 들어가는 사람이 없고, 지옥은 가라는 사람이 없어도 넘친다'고.
여름에는 동해 물회를 한 번 먹으면 그 시원하고 달콤함에 더위를 잊는다고 했다. 물론 양식이 아니고 자연산으로 말이다. 물회에 건진 국수를 말아먹고 부른배를 쑥 내밀면 바로 천국의 문이 열린다.
바다 천국은 끝임없는 울렁거림이 즐거움이다. 잠시도 쉬지 않고 늘 오고 감이 반복되는 그런 곳이다. 정신을 놓았다가는 어느새 지옥으로 간다. 긴장하고 정신을 차리고 그간 수행으로 익힌 '알아차림'을 실천해야 한다. 파도가 온다. 그리고 간다. 갈매기가 오는듯하면서 멀리 날아간다. 파도가 읽는 불경소리 말고는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천사들은 거기에 몸을 담근다. 달콤 짭잘한 바다향이 입으로 들어온다. 아~! 여기가 바다 천국이구나.
발을 디디면 더 깊게 바닷 속으로 빠져든다. 무너지는 모래가 인생을 이야기한다. 늘 변하는 것...그것이 아름다운 인생이라고 강의를 한다. 모든 것을 지우고 모든 것을 흔들며 그렇게 쉬지 않고 파도는 바닷물을 밀어 낸다. 천사는 그 모든 것을 웃음으로 답례한다. 그리고 마음을 펼친다. 모두가 행복하라고...
...바다의 천국으로 들어간다.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깨끗하다. 부드러운 모래가 나를 또 감싼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닷물에 내 몸을 담근다. 속죄를 하듯...머리를 높게 하늘로 들고 환한 미소를 보낸다. 내 죄를 사하소서...
천사가 들려주는 음악과 춤은 흥을 돋군다. 갈매기 떼가 군무를 춘다. 검은 옷의 천사가 불어주는 소프라노 섹스폰은 가슴에 묻은 때를 바람에 날려보낸다. 천사가 미친 춤을 춘다. 섹스폰 소리가 미치게 했나보다. 모두가 미친 것 같다. 바닷 가운데에 생긴 바위섬에서 우리는 천국잔치를 벌린다. 맥주와 새우깡은 소리없이 우리의 몸속으로 스며든다. 그리고 우리가 잊었던 천국의 꿈을 일깨운다. 태양은 서서히 힘을 잃는다. 아쉬운 시간은 이렇게 빨리도 흘러간다.
천국의 타임머는 그 속도를 더 낸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음을 직감으로 느끼며...아쉬움을 감추며 바닷물을 씻어낸다. 다시 육지로 돌아옴을 신에게 신고하는 것처럼. 주머니에 든 작은 모래알이 나를 웃음짖게 한다. 바다 천국을 다녀온 기념품인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