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멋진 글씨를 보다니...세월의 흔적에 바랜 색깔이 더 아름다움을 더한다. 우리의 역사 유물을 일본시대에서 그나마 잘 지켜낸 '간송' 선생님을 키워주시고 후원해 주신분이 오세창 선생님이라고 들었는데...바로 이 글씨가 그분의 필체이다. 선방에 잘 어울리게 간결하면서도 힘있게 마치 조형예술처럼 글씨를 쓰셨다. 글씨는 쓰는 사람 마음이다. 획을 더 길게 할 수고 있고 점을 짧게 찍을 수도 있고 조금 길게 할 수도 있고...태(太)에서 점을 수평으로 하니까 전반적으로 안정된 느낌을 받는다. 여기서 참선 수행을 하는 스님들이 모두 성불하옵기를 바라는 기원을 담아 정성을 다한 느낌이 난다.
태조선원에서는 (고) 성철큰스님이 수행 정진을 하신 곳이다. 장좌불와-눕지를 않고 앉아만 있는-수행을 하셨단다. 이 마루를 거닐고 마당을 서성이며 수행에 매진하셨을 풍경을 그려본다. 큰 스님과 여러 대중스님이 하루에 한끼를 드시면서 화두참구에 몰두하고 중생을 구원하고자 하는 원을 실천하시던 장소라 생각하니 엄청 친근해 진다. 그 마루에 앉아서 큰 스님을 그린다. 서슬퍼런 5공시절...모든 종교지도자를 청와대로 오라던날...조계종정 성철스님의 명패자리만 비어있었단다. 그래서 그 자리에 모인 모든 다른 종교 지도자들이 놀랬다는 일화가 생각난다. 그래서 그 후로는 불교계는 종정이 아닌 총무원장이 초청된다고 ...ㅋㅋ
참선을 하라고 하지를 않고...선방의 문고리만 잡아보아도 죽어서 3악도에는 안떨어진다고 은근하게 참선을 권하던 어떤 스님의 법문이 생각이 나서 선방의 문고리를 만져보았다. 이 선방의 문고리는 2개다. 아마도 겨울에 추워서 겹문일지도 모른다. 문을 열고 안을 보니 내가 어릴때 살던 시골집 같다. 안에는 탱화를 모셨다. 죽비를 치면서 숨 죽이고 화두를 챙기는 그 열기를 상상이나마 느낀다. 여유로움에 마음이 한 없이 평온하다. 기둥마다 주련을 걸고 그 뜻을 적었다. 친절하게도 한글로 풀어서...하지만 그래도 너무 어려운 말이다. 한문으로 쓴 시조이기에. 옮겨 적으면 이렇다:
선배의 뒤를 이어 신비한 법 밝히더니,
다음에는 수미산에 등불을 켜는구나,
미묘한 일종의 꽃이 피니,
깊고 깊은 다라니의 열매가 열렸네,
허공에 신묘한 작용이 나타나고,
한량없는 국토에 절대적 진리 관통하네,
원법삼매에 드신 부처님,
서방정토에서 무량수 누리시네
내나름의 해석은 이러하다.
(잠도 안자고 참선만 하더니 한 소식을 하였구나, 그러더니 얼굴이 훤해졌네.
알수없는 희열에, 더 이상 바람이 없는 행복한 사람이 되었네.
모든 일이 생각대로 되어지고, 보이는 사람 모두가 행복하네.
있는 그대로 지금 여기가, 꿈꾸던 아미타불 극락세계 아니런가)
태조선원 툇마루에 한참을 앉아서 아침을 맞이 한다. 새로산 좋은 카메라로 깊게 박았다. 소나무 숲과 앞마당을... 보고플때 언제고 꺼내보려구....나무 아미타불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