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대통령

덕산연담 2009. 5. 25. 17:59

 어린시절 빠빳한 종이에다가 계급을 인쇄한 딱지를 가지고 놀은 경험이 있다. 문방구에서 커다란 종이에 인쇄되어 동그란 모양으로 이미 잘린 것을 손으로 떼어내면 딱지가 된다. 친구랑 딱지를 한장씩 내밀면 그 그림에 나오는 사람의 계급의 높고 낮음에 따라서 높은 쪽이 이기는 것이다.

 

소위, 대령, 별 하나..별 둘..그러다가 원수가 나오면 대개 그 딱지를 내민 사람이 이긴다. 처음에는 없었는데 나중에 나온 딱지에는 대통령이 있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원수를 이기는 계급은 '대통령'이라는 것으로 봉황만 그려 있었는데 아무리 별이 많아도 지는 것이 그 게임의 룰 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는 자연 스럽게 미래의 꿈은 대통령이 되어서 내 마음대로 세상을 주무르며 사는 것이었다. 딱지 게임처럼 어떤 계급이 나와도 무조건 이긴다.

 

그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모든 별 계급장은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직접 지휘봉을 하사하면서 보직 신고를 받는다.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에서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의미의 신고이지만 개인적으로 대통령은 참 기분이 좋았을거다.

 

내가 5미터이내에서 대통령을 만난 것은 백담사에 머물던 '일해 전두환' 전직 대통령이시다. 20여명이 찾아가서 방에 함께 앉아서 물 한잔을 마시며 그분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막연히 생각했던 것 보다는 박식하고 자기 관리가 철저한 분으로 느껴졌다. 그 분은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사람이 사람이었다.

 

...지금도 생각나는 말은 '내가 손자 안고 자기 발로 청와대를 걸어 나온 첫 번째 대통령'이라는 사실과 앞으로 후임 대통령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다는...

 

사실 그랬다. 누구도 그 이후는 헌법을 바꾸어서라도 더 이상 청와대 머물지는 않으셨다. 여태까지는.

 

그런데 지난 토요일에는 고향으로가서 농사를 짓는다던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전국을 울린다. 딱지 게임에서 내가 대통령이라는 딱지를 일어버린 셈이다. 참으로 야속하다.

 

만일 누군가 그 분에게 가서 '나가 검찰 조사 받고 힘들어 죽겠는데 자살하려 한다'고 상의하면 무엇이라 했을까? 상상하건데 그래 내일 바위에서 뛰어내려라 그랬을까? 아니다. 목숨은 소중한 것이고 힘들어도 참으라고 했으리라.

 

그 분은 그럴 사정이 있겠지만 서운하다. 지도자는 힘들어도 표시를 못하고 기뻐도 웃지를 못하는 것을 모르던가~! 지도자 한분을 잃어버린 것도 슬프고, 그를 내가 지도자로 모시고 지냈다는 것이 속은 듯해서 밉다.

 

죽음 앞에 무조건 관대한 우리들은 말한다....'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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