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비료를 사다가 주고 물도 수시로 주어가면서 베란다에 키우는 고추나무들을 돌보고 있다. 이제는 제법커서 가지가 벌고 바람에 휘청거린다.
생육이 늦은 몇놈을 솎으려다 그만 두었다. 내 눈에는 미약해 보이지만 그 놈 나름대로는 열심히 주어진 환경에 맞추어서 열매를 맺어 보고자 하리라는 생각이 드니까 측은해 보였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조금 덜 심어서 여유있게 클수있도록 배려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두줄로 심으려다 한둘로 바뀌니까 포기사이가 너무 좁다.
바람에 흔들거리는 모습이 허약해 보인다. 그래서 못을 벽에다가 박고는 줄을 쳤다. 창문이 있으니까 바람은 늘 창문 쪽으로만 부니 창문 쪽만을 지지해도 훨씬 낳을것 같앴다.
가지를 친 가운데는 벌써 고추가 커가고 있다. 고추는 가지와 가지 사이에 하나씩 꽃이 피고 거기서 열매인 고추가 열린다. 아침 일찍 나가서 보면 애벌래가 잎위에 붙어서 잎사귀를 갈가 먹는다. 해가 뜨면 잎 뒤에 숨어 있다가 말이다.
두마리의 애벌래를 잡았다. 그리고 벌써 진듸물이 보인다. 자연 친화적인 약물을 분사해 주었더니 다시 깨끗해졌다. 자연의 순환 법칙으로 누군가는 누구의 먹이가 되어 주어야한다. 이런 작은 화단에도 나방이 날라와서 알을 뿌리고 가고 그 알에서 깨어난 애벌래는 고추잎을 먹고 자란다. 온도와 습기를 적당히 유지한 흙속에서는 더 많은 미생물이 희생되어 결국은 고추라는 작품을 만들고 우리는 거기서 비타민과 열량을 얻어서 생명을 유지한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물'이다. 물이 충분하다면 왠만한 식물은 잘 자란다. 물론 햇볕이 있다는 전제에서다. 물을 조루에 담아서 잎에다 뿌려주면 나도 고추도 기분이 좋아진다. 왠지 축축한 느낌이 좋다. 비닐 속에서는 잡초가 자란다. 잡초가 무성한 곳일수록 고추가 더 생육이 좋다. 아마도 그곳이 식물들이 자라는데 필요한 조건을 다 가춘 모양이다.
앞으로 2주 정도가 지나면 풋고추를 보게 되리라. 처음으로 고추의 형태를 갖춘 놈이 어느 나무에서 나올지 궁금하다. 아마도 가장 굵은 몸을 가진 놈이 아닐까? 아침에 살피고 저녁에 살펴본다. 참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