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인데 모임에서 골프대회가 있어서 하는 수 없이 참석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일기 예보대로 비가 주룩주룩 하염없이 내린다. 비오는 날은 야외 운동인 골프는 보통 하지를 못한다.
어떻게 하나?...여기 서울은 비가 오는 데 거기 양평근처는 어떠한가? 지금은 비가 오는데 이따가 10시경에는 비가 더 올까? 아니면 갤까?... 망설이지만 일단은 가서 기다리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은 서너명이 한대의 차로 움직이면 기다리는 것도 가는 도중에 지루함도 없을 것이라는 것...결국 내가 2명을 더 모시고 갔다.
가는 도중 비는 오락가락한다. 잠잠해 지다가도 굵은 방울로 변하고 마음을 조리게 만든다. 아무튼 그렇게 도착해서 준비를 한다. 대회를 준비한 사람들은 안절부절이다. 골프장을 통채로 빌린 마당에 취소도 안되니 비가 와도 그냥 강행을 한다. 우리는 그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따르기로 했다.
처음 가본 '렉스필드'라는 골프장은 참으로 산속에 아름답게 만들어 놓았다. 신록이 우거진 숲속의 잔디를 상상해보라. 그저 평화로움 그 자체이다. 거기다 비가 오는 광경은 골프에는 미안하지만 풍광을 감상하기는 아주 제격이다. 비를 맞으며 걸어본다. 이런 대회가 아니면 벌써 취소하고 갔을리라. 그리고 골프가 아니면 우산도 않쓰고 그렇게 비를 맞을 턱이 없다.
축축한 바지와 옷에서 한기가 느껴진다. 비에 젖으면 처량해진다. 그렇게 우리는 한 홀 한 홀 점령해 나갔다. 18홀을 다 돌고나니 무슨 개선장군이 된 기분이다. 무엇보다도 작은 보람을 느끼며 다시금 아름다운 골프장을 마음에 새긴다.
골프치고 따뜻한 물에 잠시 담그고 샤워를 하니 날아 갈 듯하다. 시원 맥주로 목을 추기고 늦은 점심을 먹으니 졸리다. 시상식을 하는 소리가 자장가처럼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된다.
끝내고 나오니 비가 그쳐있다. 얄미운 날씨다. 그래도 웃는다. 오늘 골프는 참으로 특이한 추억이 될터이니까....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