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죽이기

배우는 중이다

덕산연담 2009. 2. 16. 10:08

스님이라는 말 보다는 수행자라는 말을 좋아한다. 스님은 스승님의 준말이라고 하니 이미 수행자의 길에서 벗어난 완성자의 의미가 포함된다. 그러나 수행자란 아직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물론 미완성의 사람 혹은 아직 배우는 사람을 의미한다.

 

'비구'라는 말은 남자 수행자를 부르는 말인데, 산크리스트어로 '얻어서 먹는자''거지''가난한 사람'이라는 뜻의 '빗쿠BhikKu'를 한자어로 그냥 소리나는대로 옮기다 보니 비구라고 우리에게 전해진 것이다. 그러니 비구 또한 수행자의 다른 표현이다.

 

비구나 수행자에게 우리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완성자가 아닌 그들에게 진리를 물을 것인가? 아니면 먹을 것을 구할 것인가? 없다. 오히려 내가 먹을 것을 주고 그를 격려해서 그가 완성하고자 하는 곳에 무사히 갈 수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그것이 쉽지는 않지만 만일 그런 수행자를 만난다면 그길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럼 우리들 중에 수행자가 아닌 사람이 누구인가? 나는 수행자가 아니고 무엇이며 또 너는 수행자가 아니란 말이냐? 우리 모두는 수행자이다. '평화로운 삶'을 살기 위해 그 길을 가는 도중에 있는 사람들이다.  오늘이 평화롭지 못하면 내일의 평화로운 삶을 위해 애쓰고, 오늘의 힘든 고통을 감내하는 그런 수행자이다.

 

늘 먹을 것이 부족하고, 아프고 힘들어하는 '비구'...가난한 사람들이다. 넉넉한 사람은 없다. 넉넉하다면 그는 이미 수행을 완성한 사람이다. 더 이상 삶의 무게를 모르고 더 이상 삶과 싸워 이기려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하리라.

 

너와 나, 우리는 수행자이다. 아직 갈길이 먼 사람들이다. 아직 채워야할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런 우리에게 무엇을 바란단 말인가? 자비를 바란다고 내가 줄 수 있을까? 아무런 댓가없이 내가 그대에게 돈을, 먹을 것을, 옷을 줄거라 믿는가?

너가 그러하듯 나도 아직은 수행자인지라 '못한다' 아직은...

 

내가 너에게 섭섭하고 서운한 것은 참으로 많다. 내가 베풀은 것의 절반도 내게 돌아오지 않았기에..내가 네게 얼마나 잘해주었는데..그 배반이라는 감정이 온통 나를 지배한다. 그러기에 용서가 않된다. 그러기에 원수가 되었다. 너 또한 그러 하리라.

 

그런데 지금서 알았다. 너가 아직도 수행자이라는 것을. 아직은 길을 가는 배우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내가 그러하듯 '배우는 중'이다. 아직은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사람들이 왜 서로에게 '완성자'의 행동을 원하는가?

 

내가 그러하듯, 너 또한 배우는 중이니까 아직도 실수가 많은 삶과 치열한 싸움을 하는 있음을 인정하자구나. 그 삶이 완성되는 날...그 실수를 바라보는 날에 우리는 웃으리라.

 

배우는 중이다. 너무 바라지를 바라. 몰라서 그랬단다. 나중에 알게되면 챙피하리라. 배우는 중이다. 수행자이다.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라...우리는 아직도 수행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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