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죽이기
한가위 달님아~
덕산연담
2015. 10. 1. 11:08
신신비한 달빛은 차고 푸르다는 생각이 든다. 은은하다는 표현이 아주 한글의 우수성을 바로 보여준다. 구름 한 점없는 하늘에 두둥실 뜬 푸른 달은 그 자리를 고정하고 나를 바라본다. 내 의지가 아닌듯 난 합장을 하고는 그저 이렇게 행복함에 감사를 드린다. 그냥 지나가기가 아까워서 슬그머니 카메라를 감히 달님에게 겨누었다.
달빛의 은은한 에너지로 온 몸과 마음을 샤워한다. 가볍게 부는 바람은 나를 일깨우고, 가깝고도 먼 풀벌레 소리는 그들이 살아있고 깨어있음 내게 알린다. 이렇게 어울러져서 한폭의 그림으로 한곡의 소나타로 이 세상은 채워진다. 숨소리가 너무 클까 더 잔잔하게 숨을 고른다. 허리는 더 곳게 세워서 내가 최고라고 자랑을 한다.
옛날 장수들이 전쟁에서 칼 싸움을 하면 1합, 2 합, 3 합이라고 하면서 결국은 무승부로 다음날을 기약한다. 실제 보지는 못했어도 영화의 장면을 보면서 상상을 해본다. 그들이 얼마나 달인이고 피나는 노력을 했을까~ 단 한 순간의 방심은 곧 죽임인데 끝까지 막고 죽을 힘을 다해서 공격을 하는 그 아름다움이 고귀하고 성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지나가는 상념을 바라보면서 나도 1합, 2합....내 호흡과 상념을 견주어본다. 아늑한 옛날이 보이고 멀지 않은 고향이 보이는 듯하다. 따뜻한 커피가 식어갈 쯤, 나는 다시 땅을 밟는다. 온몸은 달빛에 졎었고 마음은 새털처럼 가볍다. 내가 움지이는지 바닥이 움직이는지 취한듯 분간을 못한다. 멀리서 한라산 할멍이 나를 부른다. 아침을 먹을 시간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