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천왕봉

덕산연담 2014. 11. 12. 10:18

 

나도 지난 주에 지리산에 올랐었다. 그리고 간신히 내려왔다.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 운치는 참으로 멋졌다. 저기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천왕봉이다. 지리산은 그냥 산이라고 부르기는 아깝다. 다른 산과 격이 다른 것이다. 우선 그 크기랑 높이가 내 생각의 범위를 초월한다. 지리(智異)라는 이름의 뜻도 '아는 것과 다르다'는 것이니 그럴만 하다. 해발1600미터를 다 넘는 봉우리들이 서로 친구처럼 솟아있고 구름이 다리처럼 연결을 해 준다.

 

큰 산은 적막해서 더 좋다. 웬만한 사람들의 소음은 그냥 흡수를 한다. 바람이 보인다. 그 바람을 구름은 잘도 타고 다닌다. 자리 잡고 앉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지고 생각의 속도가 느려짐을 느낀다. 무엇인가에게 쫓기듯 걸음을 재촉하는 젊은이의 정열이 보이고, 나이 지긋한 어르신의 건장함이 보인다. 모두가 인자하고 마음씀이 넉넉하다는 느낌이 좋다. 비를 피하기가 싫어서 그냥 몸으로 받았다. 옷이 축축해짐이 느껴지니 더 내 감성이 살아난다.

 

새벽부터 해는 못 보았다. 그래도 밝은 세상이라니...시간이 오후 5시를 향하니 어두어지는 듯하다. 햇님이 아주 자리를 뜨나보다. 거의 마을에 내려오니 비도 더 세지고 어둠도 길거리를 덮는다. 이제서 마음을 내려 놓고 편안함을 즐긴다.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