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봉사
다시 건봉사의 마당을 밟았다. 1년 7개월 만이다. 그때는 가을이었는데, 지금은 여름이 시작되는 때이다. 기운이 예전과 다르게 조금더 수행하는 집안인듯한 느낌이 온다. 그때는 어수선 그 자체이었다. 그 사이에 또 다른 공양간을 신축하는 공사를 벌려서 많이 지어 놓으셨다. 기와불사에 동참해 달라해서 나도 한 장을 얻었다. 작게 내 소원도 적고, 사진도 박고...
만일 염불불사를 해서 그 수행력으로 살아서 아미타부처의 세상인 극락정토에 가셨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를 듣고 또 들으면서 그들를 기념하는 '등공대'에 올랐다. 늘 그대로인데, 내 느낌은 다르다. 힘을 주어서 그 돌을 안아보고, 사진도 박고 나름 내가 왔음을 확인했다. 내려와서 점심을 먹으면서도 나는 의욕이 없음을 느낀다. 절을 하는 것도, 부처의 진신사리를 친견하는 것도, 스님을 따라서 예불을 올리는 것도 부질없어 보이고...
누각에 앉아있으니 바람이 시원하다. 누우면 좋겠지만, 참어내면서 허리로 온 몸을 받치고 있다. 졸다가 깨다가...적멸보궁으로 가서 처음으로 3배를 올렸다. 부처도 없고, 보살도 없고...창밖으로 부처의 무덤이 보인다. 이런 구성이 마음에 든다. 늘 언제나 이곳은 이렇게 꾸며 있었는데, 나는 새삼스레 예쁘다고 느끼고 참으로 훌륭한 법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인사, 법흥사 그리고 여기 건봉사...내가 가본 적멸보궁 중에서 건봉사가 부처와 가장 가까이 있다고 느껴지는 법당이다.
비구니 스님이 계시는지, 아주 청결하고 차분해서 좋았다. 이런게 절이고 기도처이고 그리고 수행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