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을 받들겠나이다
요즘 신나게 보는 연속극-기황후에서 신하가 황제에게 충성을 보이며 하는 말, " 황명을 받들겠나이다~!" 이 아주 멋지게 들린다. 한편 신난다. 사나이 들의 굳은 약속을 보는 것 같고, 의리가 보이고 무조건 복종의 미덕이 보인다.
수행자가 아직 공부가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밥 한끼를 얻어 먹으면서 밥을 이마에 대고 고백하는 말이 있다. " ...이 밥을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고 착한 일을 하고자 받아서 먹습니다."
누군가가 주는 것을 받는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닌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황명을 받으면 목숨을 내 놓아야하고, 밥 한 술 얻어 먹으면 그 밥을 만든사람의 공덕을 생각해서 악한 일은 하지 말고 착한 일을 해야하는 의무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콩을 넣고 만든 백설기가 김이 난다. 새벽에 일어나 쌀을 빻고 쪄서 만들고 포장을 한 이름 모르는 방아간 사람들, 그 걸 새벽에 찾아온 착한사람, 그리고 그 비용을 지불한 좋은 친구들의 노고가 배여있다. 그 백설기를 먹으며 그 노고에 감사한다. 가난한 우리 조상은 떡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만들면 안되는 음식이었다. 명절, 조상제사, 생일, 잔치날에 한해서만 허용이 된 아주 귀한 음식이었다. '저집은 떡 해 먹을 집안'이라는 말은 낭비가 심해서 곧 망한다는 의미로 쓰였다.
...과일과 오이에 물기가 묻어있는 비닐팩을 받았다. 누가 이 아침에 이렇게 과일을 씻고, 오이를 다듬어서 일일이 비닐에 담아서 가져 왔는가~! 그 정성에 가슴이 찡하다. 그래서 그 착한 친구에 물어보니, 사위와 따님들이 도와주어서 금방했다고 겸손을 떤다. 내가 이런 정성을 받아도 되나?...한수 더해서 마른 안주팩을 꺼내 놓는다.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꼬막과 뻔데기 요리를 꺼낸다. 와우~ 소주 안주로는 최고라고 밤새 꼬막을 까고 고추기름에 뻔데기를 볶았다고 한다. 맛있게 하는 꼬막 데치는 방법을 설명한다. 우찌 그런 갸륵한 마음이 있을까~ 나는 먹으면서도 많이 미안했다. 맛은 참 일품이다.
...비닐에 싼 약식을 받았다. 찹쌀을 잘 불려서 약밥을 만들고, 거기에 밤과 잣을 넣은 영양식이다. 포장이며 맛이 그냥 막 만든 시장물건이 아님이 보인다. 특별하게 주문해서 귀한 손님에게 내 놓는 그런 포스가 있다. 나는 누군가 남겨둔 몇개를 더 내 주머니에 슬쩍했다. 6개는 족히 먹은 것 같다. 아직도 배가 부르다~
나중에 점심때 되어서 어떤 친구가 어떤 정성으로 해 온 것임을 알려주어서 알았다. 박수를 쳤지만 박수만으로는 많이 미안하고, 말로는 그 고마움을 전하기가 쉽지 않다. 상하지 않는 마른 안주를 사무실에서 꺼내 먹으면서 이 글을 쓴다. 좋은 음식과 정성을 얻어 먹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니, 이것은 내 복이 아니라 친구들의 덕분임을 밝힌다.
어제 저녁 기황후를 보면서 '명을 받든다'는 말이 더 크게 들렸다. '먹었으면 밥 값을 해야지?'하시던 부모님의 충고도 생각이 나면서...다시금 우리를 위해 봉사해준 고귀한 친구님들에게 진심의 감사를 바칩니다~~. 늘 건강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