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그리고 속도
우리나라 봄꽃의 속도는? 하루에 꼭 20 Km가 넘는 속도로 내처 북상한다. 그럼 가을 단풍 속도는? 매일 해발고도 100 m씩 하산하며, 얼추 하루 25 Km 빠르기로 남행한다.
단풍의 원리 :
식물도 물질대사를 하기에 노폐물이 생기지만 배설기능이 없어서 세포속에 액체주머니를 만들어서 모았다가 낙엽에 실려 보낸다. 따라서 늙은 세포일수록 그 주머니가 크고 많다. 이 주머니에는 물과 함께 안토시안, 당류, 유기산, 단백질, 색소와 숱한 무기물이 들었다. 그리고 이는 쓰다 버린 해로운 물질을 분해 저장하고, 쳐들어온 세균을 무찌르며, 세포를 팽팽하게 부풀게하는 팽압과 산성도(pH)도 일정하게 지탱한다. 단풍의 비밀은 이 액포에 있다. 터질듯이 부푼 액포 안에는 카로틴, 크산토필, 타닌 같은 광합성 보조 색조는 물론이고 안토시안(화청소)에다 달콤한 당분도 녹아있어 잎을 물들인다.
단풍의 색깔 생성은 꽤 복합적이다. 이런 보조색소는 봄여름 내내 짙푸른 염록소에 가려 있다가 난데없이 나타난 추상같은 냉기에 초록빛 잎파랑이가 흐물흐물 녹으면서 시나브로 겉으로 드러난다. 하여 카로틴은 감잎을 누렇게, 크산토필은은행잎을 노랗게, 타닌은 참나무 잎사귀를 갈색으로 염색한다.
그런데 빨간색은 달라서, 과일이나 꽃의 빛깔을 이루어 자외선으로부터 세포를 지켜주는, 또 황산화물로 암이나 노화에 그리 좋다는 화청소 때문이다. 광합성 보조 색소를 보호하기 위해 생간 이것은 액포가 산성이면 붉은색, 중성이면 보라색, 알칼리면 푸른색을 낸다. 근데 액포의 당분이 화청소를 만나 단풍을 훨씬 맑고 밝게 색을 밖으로 낸다. 가을에 청명한 날이 길수록 당이 많이 만들어져 단풍이 더 산뜻하고 화사한 것이다.
거참 눈을 홀리는 알록달록, 붉으락 푸르락 고운 단풍도 알고보니 서넛 색소와 안토시아닌, 당분이 부린 마술이었구나~!
신나무 : 잎사귀 둘레에 손가락에 해당하는 가름한 삼각형의 잔잎(열편)이 3개있다.
고로쇠 : 잔잎이 5개
단풍나무 : 7개
당단풍나무 : 당이 많아 유난히 붉고 화려함, 9개
섬단풍나무 : 11개
느닷없이 마누라가 예뻐 보이면 치매기가 있고, 단풍이 눈에 성큼들면 늙었다는 징조
(권오길 강원대명예교수님의 조선일보 칼럼(2013.10.26) '달팽이 박사의 생물학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