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맛이 달다는 느낌으로 오다
참으로 묘한 일이다. 그렇게 쓰던 소주가 이렇게 달고 맛있는 줄이야 이제서 알았다. 술이 취하면 괴로운 줄 만 알았는데 이렇게 짜릿하고 흥분되고 날아가는 기분이 될 줄이야 상상을 못했단다. 울릉도 여행을 마치면서 친구가 하는 이야기에 내가 기뻤다. 그의 솔직한 이야기가 여행의 모든 의미와 소중함을 담았기에 더 기뻤다.
고통을 잊으면 행복하다고 잊으란다. 그런데 어찌 쉽게 잊어지던가 말이다. 생각을 달리하면 다른 세상이 보인다고 이야기 하지만 어찌 생각을 바꾸기가 쉽냐 말이다. 세상의 좋은 말과 좋은 책이 많이 있지만 그 말과 책들이 나에겐 무슨 소용이 있던가~! 여행에서 만나고 부딪치고 몸으로 느끼고 눈으로 보아서 마음에 와 닿는 이 맛이 내 삶의 양식이 된다는 사실에 공감을 한다.
일정이 없어진 여행이 되어서 마지막날이 좋았다. 단체로 간 여행이 홀로 떠난 여행이 되어서 온전한 하루가 나의 시간이 되었다. 하늘에 태양은 솟아서 바닷바람과 봄 바람에 뒤섞여 산속의 나무와 풀들을 초록으로 물들이고 있다. 몽실몽실 피어나는 꽃과 잎들이 나의 마음에 작은 불씨가 되어 이리로 저리로 나를 이끈다.
일요일 오후, 울릉 초등학교는 텅비어 있었다. 운동장 옆에 마련된 스탠드에 앉아서 뛰어노는 몇명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는다. 서산으로 태양이 기울때까지, 그래서 약간의 한기를 느낄때까지 조용함과 여유로움에 나는 집나온 나그네가 되었었다. 그 학교도 1908년 설립된 노래된 명문이었다. 우리랑 비슷한 100주년 기념비가 있었고...우연이었지만 참으로 반가웠다.
월요일 아침, 1시배가 우릴 실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나니 마음이 가볍다. 다시 가보고 싶은 해안도로를 향해 나섰다. 너무나 큰 바위와 드 넓은 바다가 약간은 두려운, 그런 풍광을 처음 보았다. 그 길을 걷고나서 작은 스릴과 이유 모르는 맘속 깊은 곳의 흡족함이 나에게 왔었다. 나는 한번 두번 ...가능하다면 여러번을 걷고 싶다고 생각을 했는데...이렇게 두번째 걸으면서 얼마나 고마웠던지~! 어제 배가 들어오지 않았음에.
역시 멋진 풍광과 파도가 어울러져서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제일 먼저 앞장을 서서 간다. 누구는 왔던길 되돌아가고 누구는 앉아서 쉬고...그러다가 남은 친구는 7명이다. 말이 없고 욕도 않하고 수줍어하는 친구들만 모였다. 더구나 술을 먹어도 표시내지 않거나 못먹는 걸루 알려진 친구들이다. 요즘 말로 부담없는 친구들이다. 그래서 생각도 비슷한가? 먼길을 걸어도 좋다고 한다. 사진을 찍느냐고 카메라를 들이대도 표정이 순하다. 서라면 서고 찍자면 찍고...나는 그런 친구가 좋다.
그런친구들이 사고를 쳤다. 7명이 8병의 소주를 사실은 6명이 8병이니...그 짧은 시간에 부어라 마셔라였던 것이었다. 나도 많은 기억을 잃었다. 이제서 조금씩 잃었던 기억이 돌아온다. 아련하게...그립고 아련하게 다시 보고싶고...나도 소주가 단맛이었다고 고백하고 싶다.
...멍개 한접시를 써비스로 준 그 아저씨의 쎈스가 우릴 아주 보낸 셈이다. 마지막 소주 한병과 함께. 그래서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