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봉사(6)
이제는 산을 내려갈 시간이 되었다. 모든 짐을 정리하고 방도 아주 깨끗하게 힘들여서 치우고, 특히 이불을 잘 개어서 예쁘게 정리한 것이 마음에 든다. ...떠날때는 말없이...흔적을 남기지 말고...를 외치면서 독려를 했다. 이번 순례는 아주 수준이 높은 법우들이 참석을 한 듯하다. 모든 일이 물 흐르듯 순조롭고 한분도 빠짐이 없이 우리의 프로그램에 참석을 했다. 늘 고참이라고, 많이 해본 사람이라고, 아니면 운영진이라 바쁘다고 핑게를 대면서 지대방을 차지하고 궁둥이와 허리를 바닦에 붙였는데...이번에는 그런 법우를 본적이 없다. 운영진이든 아니든 모두가 함께 일을 나누고 도와주고...내색을 하지 않으면서 모든 프로그램에 모두가 성의를 다해서 참석한 것은 내가 가본 중에서는 처음이다. 예불에 한 사람도 빠지지 않은 것은 거의 기적이다. 나는 그 부분이 매우 흐뭇하고 좋다.
점심공양을 하고 대웅전 앞에 모였다. 목탁도 없이 손바닥을 치면서 마지막 회향식을 한다. 일부러 법당에 들어가지 않고 마당에서 한 이유는 처음 뵌 스님과 다른 사무원들에게 우리의 여법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여법함이란 우리의 활기참과 행복감이다.
눈이 있으면 보고 귀가 있으면 들으라. 우리 재가 신도들이 이렇게 신심을 내어서 순례를 하는데...먹물을 입고 스님이 되시어서 그냥 세월을 허송해서야 되겠는가?
차비를 아니주면, 걸어서 가면 되고, 밥을 안주면 굶으면 되고...스님이 무엇이 무섭다고 돈 10만원 20만원에 목숨을 거나...그 돈에 체면 떨어지게 욕을 하냔 말이다. ...사미계를 받기전에 고향의 부모님을 향해서 마지막 절을 할 때 그리 운다던데, 이제 스님은 하늘과 사람세상(인천)의 스승이라 부모에게 절을 못한다기에...그런데 왜 스님이 그토록 나태한가? 나로서는 궁금하고 궁금하다.
이제 정해진 순례의식은 끝이 나고 모두가 돌아간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든 이들이 여기서 얻은 순수함과 색다름을 잘 펴서 더욱 행복하기를 바래본다. 나도 아직 서울까지 갈길은 멀지만 무사히 끝났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다. 한편으로는 마음에 희열이 생긴다. 내가 지금 한 일은 모두가 잘한 일이고, 또한 앞으로 해야 하는 일도 잘 될 것이다. 깊은 암시와 기원을 한다.
휴~! 이제 가을 순례는 드디어 끝이 났다...와~~~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