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순례후기

건봉사(4)

덕산연담 2012. 10. 25. 17:54

 

오늘 밤에는 이슬을 맞으면서 밖에서 자 볼까? 어디가 좋을까?...마침 적멸보궁 마당은 마루로 되어있어서 거기가 좋을 듯했다. 모든 하루의 일정을 마치고 방에 불을 끄고는 난...침랑을 들고 그 마루에 가서 앉았다. 일단 견디는데까지 잠을 자지 말고 앉아서 명상을 해보자는 욕심으로  법당의 방석을 가져다 놓고 앉았다.

 

...꿈에 그리던 장면이 나온다. 하늘에 별은 총총하고 바람이 이리불고 저리불면서 노래를 부르고, 부처 형상이 없는 텅빈 법당에는 촛불만이 하늘거린다. 숨을 멈추고 허리를 세우고 내가 부처 형상을 만든다...

 

깜박 졸았나 아님 삼매에 들었나? 잠깐동안이나마 다리의 고통을 몰랐으니까. 가을 바람이 선선하고 좋은데...옷이 축축해지면서 추워진다. 이슬이 내리니 바닥도 축축하다. 처음 계획과는 다르게 마음이 변한다. 방에 들어가자구 몸이 마음을 달랜다. 그 옛날 왕자님이 출가해서 나무 밑에 앉아서 수행을 한다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잠시 그 생각이 머물자, 숙연하다. 진정 나를 버리고 깨달음을 얻는 다는 것이 장난이 아니다.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일이고...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전생에 착한 일을 많이하고...쌓아 놓은 복이 없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라는 말이 사실이라고 느껴진다.

 

패잔병처럼 짐을 싸서 방으로 온다. 늘 하던대로 허리를 방바닦에 대고 잠을 잤다. 달콤했다. 습관이 생각을 지배한다는 말이 절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 오늘도 작은 편안함이 큰 편안함을 이긴 것이다. 집에서 보다는 잠을 훨씬 덜 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

 

아침 공양이 끝나고 향원 법사님의 인솔로 등동대를 향한다.  잠을 조금 잤어도 몸은 가볍고 마음은 상쾌하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등공대로 오르는 시간 동안 오히려 정신이 맑아짐을 느낀다. 설레임으로 궁금증을 덮는다. 그냥 앞사람만 보고 따라 올라간다. 작은 나무와 큰 나무가 어루러져 숲을 만들고...그 사이 이름 모를 풀들이 공간을 메웠다. 단풍이란 그간 여름 동안 살아온 에너지의 양을 보여주는듯 각각 다른 색으로 우리 앞에 자기 자랑을 한다. 양옆은 지뢰라는 간판이 우리를 긴장하게 한다. 

 

10,000일간 계속해서 '나무아미타불' 염송을 끊임없이 해서 31명이 살아서 서방정토로 왕생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를 전해들으니 환희심이 난다. 우리는 지금 그 자리에 순례를 한다. 법사님의 해설이 끝난 후, 난 내가 하고 싶은 행위를 함께 하자고 법우님들에게 강요했다.

...손잡고 아미타불 염송하며 3바퀴 돌기, 앉아서 3분 명상, 그리고 사진 증거남기기...

 

3분간 명상은 참으로 고요했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허리를 똑바로 세우고 눈은 앞을 집중했다. 그때 바람이 불었다. 이리로 불고 저리로 불며 마치 아미타부처를 부르는 듯 했다. 어젯밤 보궁 앞에서 듣던 그 바람 소리와 달랐다. 서울에서 듣던 차량의 소음과 리듬은 비슷했지만 가슴 깊이 느껴지는 신선함은 온 몸을 감쌌다. 3분을 넘어 5분이 지나고 거의 7분이 되어서 난 3분이 지났다고 했다. 너무나 달콤했기에...사실은 더 두고 싶었다. 많이 좋았던 모양이다. 사진으로 남은 증거들이 이미 부처의 모습을 닮았기에...

 

절로 돌아오면서...내가 제일 앞장을 섰다. 뒤에서 들리는 법우님들의 재잘거림이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라는 소리로 들린다. 내 환청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