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CC의 전나무 숲
이 전나무들이 최소한 25년은 된 것이란다. 만일 2살 짜리를 심었으면 27년이고 5살 짜리를 심었다면 30년이 된 것이다. 오래전 골프장을 만들면서 심은 나무가 그대로 자라서 숲을 이루고 있다. 이 나무들을 바라보면 대견하다. 너무나 간격이 좁아서 답답해 보이기도 하지만 서로 의지하기가 좋아보이기도 한다. 처음에 심을때는 가늘은 가지여서 꽤 여유가 있었겠지? 싱싱한 푸르름이 쭈욱 겨울까지 간다.
소나무는 바위위에 독야청청이 어울리는 반면, 전나무는 숲이 어울린다. 침엽수림은 배출하는 산소의 농도가 높아서 공기를 정화하는 역활이 월등하다고 한다. 그래서 짐승이나 새들이 그 주변에 둥지를 튼다고 한다. 골프를 하다가 이 홀에만 들어서면 서늘한 기운과 더불어서 가슴을 탁 틔우는 느낌을 받는다. 마침 가장 넓은 페어웨이를 자랑하는 인코스 첫벗째 롱 홀이다. 티샷을 하고는 일부러 전나무 숲으로 다가가서 미소를 짖는다. 그리고 나무들에게 안부를 전한다. 하이~! 오늘도 여여하신가?...
골프장에서는 나무가 매우 중요하다. 방향을 가르키는 표지가 되기도 하고, 거리를 나타내는 역활도 하고, 누군가 이름을 적어서 기념비가 되어주기도 한다. 가장 부러운 나무는 홀인원 기념이라고 돌에 이름을 새기고 동반자 이름을 적은 나무이다. 행운을 가져온 나무임에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만일 홀인원을 한다면 이 전나무 숲에 애기 전나무를 심으리라. 그리고 그 나무는 내가 올적마다 기억을 하고, 먼 훗날 다른 사람에게 내가 왔었음을 전해주리라 믿기 때문이다. 롱홀이니까 홀인원보다는 이글기념이라도 해야될 듯하다.
다른 골프장을 다녀오면 새삼 안성이 편하고 내집같다. 안성(安城)-편안한 마을이라는 지명은 견훤과 궁예 그리고 왕건이 살았던 후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기 땅을 차지하는 자가 왕이 된다. 미륵를 주창한 궁예의 본거지 이기도 하다. 산으로 둘러쌓여서 분지도 아닌 것이 분지와 같은 기후 특성을 가지고 있다. 다른 곳에 비가 와도 여기는 안오고, 벗꽃도 서울보다 약 열흘 늦게 핀다. 영어로는 Sweet Home Town이다.
동년배 친구들과 회원이 되어서 함께 어울리면서 골프를 즐긴다. 이기고 싶지는 않은데, 지고 싶지가 않다. 골프에 몰입을 하면서 말도 없어지고, 한타 한타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들이 거룩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래서 그들이 존경스럽고, 인생을 참으로 성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패를 해도 다음 홀을 기대하면서 다시 기운을 차린다. 몸살기가 나를 자꾸 당긴다. 사뿐히 나아가야 멋진 샷이 되는데 말이다. 힘들어도 좋고 돈이 들어도 행복하다. 함께 겨누는 친구들이 있음에...
<추신>
누군가에게 들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를 잃지 말라는 것은 이것이었다.
- 어릴때 부모님 잃지 말고, - 중년에 와이프 잃지 말고, - 말년에 돈을 잃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