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한 많은 이세상 야속한 님아 정을 두고 몸만 가니 눈물이 나네 아무렴 그렇지 그렇구 말구
한 오백년 살자는데 웬 성화요 백사장 새 모래밭에 칠성단을 보고 님 생겨 달라고 비나이다 아무렴 그렇지 그렇구 말구
청춘에 짖밟힌 애끓는 사랑 눈물을 흘리며 어디로 가나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구
한 많은 이세상 냉정한 세상 동정심 없어서 난 못 살겠네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구
우리나라 민요 '한 오백년'을 바탕으로 '조용필'님이 부르는 노래 '한 오백년'의 가사이다. 가사도 가사이지만 그 후렴구인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구'는 동감을 표시하는 아주 멋진 말이다. 이 후렴구가 없다면 신세타령이 되리라. 나도 그러하고 너도 그러하다는 것에 마음이 편해진다. 일본 식민지 시절이나 몽고 지배시절에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 보내는 남자의 심정을 노래한 것이 아닌가...그래서 작사가 누군인지 모르는 민요가 되고 동네마다 조금씩 다른 노래를 부른 것은 아닐까 추측을 한다.
마음을 둘 곳이 없는, 견딜 수가 없는 고통을 참고 참아서 결국은 한(恨)이 된다. 한이되면 결코 잊지 못할 , 잊혀지지 않는 개개인의 스토리가 된다. 가끔은 정신이 이상해지기도 하고...
연말이 되고 다시 연초가 되면, 마음 속 깊은 곳에 남아있는 그 이름모르는 숨은 한이 서서히 올라온다. 또 한해를 보낸다는 서운함과 속절없이 흘러가는 세월에 대책이 없어서 망연하다. 마치 나만 홀로 세상에 남은 듯...다른 사람의 웃음소리도 시시하다. 세상에 웃을일이 무엇이 있다고... 그러면 생각나는 것은 도피이고, 이탈이고, 가출이고, 방랑이다. 이런 자유를 만킥하는 것은 속절없이 떠나는 여행이다. 집 떠나서 개고생을 하면 대체로 제 정신이 든다. 그 개고생이 심해서 다시는 여행을 하지 않으리라 하면서도 또 여행을...도망을 가려고 준비를 한다.
20여일을 집떠나서 유람을 했다. 집에 오니 '거지차림'이라고 불쌍해 뵌다고 평을 한다. 반갑게 대해주니 좋다. 떨어져서 연락도 잘 않되니까 온갖 걱정은 다했다고 한다. 믿으면서도 안편한 그런 기분을 이야기한다. 들으면서 좋아서 웃는다. 나의 존재감에 흐뭇하기까지 하다. 모든것을 쉬고 20일이 지나니 사실은 내가 두려웠다. 천천히 망각이 찾와와서 돌아가서 제대로 일을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까지...돌아와서는 모든 것이 새롭다. 다시 모든 것이 고맙고 친절하다고 느껴진다. 참으로 신기하다.
오랫만에 찾아간 미용실 담당 디자이너가 그런다. ...얼굴이 조금만 덜 탓으면 멋질텐데 너무나 검다고...그렇지만 웬지 모르는 기운이 느껴진다고. 그래서 그 말을 듣고 또 한번 웃었다. 너무 좋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