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순례후기

청룡사(1)

덕산연담 2011. 9. 25. 20:01

 

다시 가고싶은 절이 있다는 것은 아주 큰 즐거운 일이다. 무엇이든 다시 무엇인가를 하고 싶고 먹고 싶고 만나고 싶다면 즐거운 일이거나 맛있는 음식이거나 아주 사랑하는 사람일 거다. Again, once more, Repeat...이런 단어가 떠 오른다. 인도네시아 말로는 Satu Ragi~! 사뚜라기 (한번 더)를 외치면 아주 즐거운 표현이 된다. 가수가 무대에서 열정을 다해서 노래를 하면 앵콜을 외치듯...한번 더 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행운이다.

 

나는 무슨 복으로 9월달에 2번이나 이런 아름다운 절을 간단 말인가~! 감격스럽다. 설레는 마음에 새벽에 눈을 뜨니 3시반이다. 일어나 세수를 하고, 금강경을 펼쳐서 읽는다. 그리고 그 당시의 풍경을 마음에 그린다. 아난다가 적어 놓은 금강경은 참으로 실감이 난다. 석가모니 스승님과 이미 깨달은 수부티 제자간의 문답이다. 두분의 깨달은 성자께서 아직 미진한 나를 위해 대화를 나누신다. 

 

...보디사트바가 항상 언제나 자비로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해야하며, 어떻게 다짐을 해야하고, 그리고 어떻게 생각을 다스려야하는가?

 

이 문제가 금강경의 핵심이다. 궁금하지 않은가?  이런 문제가 시험 문제로 나왔다면, 나는 어떻게 답을 썼을까? 석가모니 부처님은 이렇게 그 답을 쓰셨다. 그 첫줄을...

...이 우주에 살아있는 모든 살아있는 것들, 살아있다고라고 생각되어지는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영원한 평안-Nirvana으로 어느 것 하나 남김없이 영원한 평안의 세상으로 인도해야만 한다.

 

그래 맞다. 영원한 평안으로 인도하는 일...그 것이 석가모니 부처님이 간곡하게 부탁하는 내용이다. 그래야 내가 늘 마음이 자비로움이 유지되고 그 마음이 곧 석가모니 부처님의 마음이다. 그 가르침을 배우러 우리는 순례를 간다. 이번에는 여러 법우님과 같이 간다. 그 에너지가 넘친다.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사천왕문을 들어선다. 이런 기운은 동참한 법우님들과 함께한 덕분이다.

 

 

한참을 마당에 앉아서 실 눈을 뜨고 대웅전을 바라본다. 5단의 다포를 올려서 지붕을 높게 높였다. 대웅전의 글씨 크기도 아주 알맞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좋다. 사진기를 꺼내서 이리 박고 저리 찍고...옆에 앉은 법우에게 마치 내집처럼 설명을 한다. 너무나 즐겁다. 나중에 알았지만, 서쪽으로 방향을 둔 유일한 대웅전이고, 임진란이 끝나고 그 가난한 시절에 소현세자를 위해 세운 원찰이라 가능하면 건축비를 줄이려고 나무 생긴대로 지었단다. 그리고 중국 문물을 받아들여서 중국풍의 부처님으로 크고 훤칠한 상을 모셨다고 한다. 약 450여년전에 지어진 그 건물과 장식에서 나는 오늘 행복을 꿈꾼다.

 

안성 터미날에서 20번 시내버스를 타고 오면 청룡사가 나온단다. 서운산을 2시간 반 걸어서 넘어가면 석남사가 나온단다. 거기서 100번 버스를 타면 안성시내가 나온단다. 그런데 그 산행길이 너무나 평화스럽고 아기자기하고 거닐고 싶은 길이라고 한다. 옛날 수행자는 이마도 수행삼아서 마음을 챙기며 천천히 밤을 새워서 걸었으리라. 다음엔 꼭 그 길을 가리라.

 

오늘은 햇살이 이쁘다. 사방으로 돌아가면서 햇살을 살펴본다. 그림자의 길이가 처음보다 점점 짧아진다. 가을의 햇살이 마치 부처님의 자비로움 같다. 얼굴에 미소를 띄고 삼삼오오 다니는 법우님들이 너무나 행복해 보인다. 따라서 나도 행복하다. 참 순례를 오길 잘 한거다.

 

점심은 정말이지 깔꼼하다. 어디서 이런 음식을 먹을까나? 고추 맴맴이라고 왜 그리 매운지...땀을 흘리면서 먹었다. 집이라면 어림도 없을텐데..,절이라서 먹었다. 그리고 배가 아파서 혼났다. 그래도 기분이 좋다. 나는 수행자니까~!!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