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일상
수행 1-1/2 일차...다른 수행자가 천사임을 알고 나서는 마음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일상의 삶은 계속되지만 천국을 거니는 맛은 무진장 감미롭다. 숨을 고르게 쉬고 자기라는 의식이 없어지면서 허리를 곧게 세운다. 머리 속으로 들어오는 생각은 줄어 들기 시작하고 마침내 조용함의 끝에 도달한다.
내 몸은 그 에너지가 충만하여 평소의 100배는 되는 기분이다. 키는 2배로 커지고 몸은 4배로 뚱뚱해진 느낌이 무엇이든 다 이기고 무엇이든 제압할 것 같은 용기 백배이다. 옆에 천사가 있는 덕분이다.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다.
고추따는 작업도, 햇볕에서 고인물을 퍼내는 작업도 모두가 수월하다. 너구나 음식을 차리는 일은 왜 그리도 신나는지...누구가 시키지 않아도 서로 잘 해보려고 애를 쓴다. 역시 음식을 잘 요리해서 여러 사람에게 공양을 하면 천국에 금방 간다는 스승님의 이야기가 너무나 진짜처럼 다가온다. 천사가 움직이면 모든 요리가 향기를 낸다. 그냥 김치도 더 깊은 맛을 내고, 오이 장아치도 짠 맛을 모른다. 풀을 뜯어서 만든 절인 반찬은 오묘한 맛을 낸다. 처음 먹는 밥인 것처럼 왜 그리도 밥은 맛이 나는지...눈치를 보아가며 먹었다.
어두운 밤에 산길을 산책하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란다. 그런데 천국의 밤은 화려하다. 천사가 밝혀놓은 불빛은 모두를 비취고 있다. 무거운 돌로 작은 돌을 깨는 소리가 마치 천둥처럼 들린다. 작업인부가 먹는 시원한 맥주가 지천에 놓였다. 인부는 몇명 없고 구경꾼만 보인다. 시원한 얼음컵에 맥주를 마신다. 아~~그래서 여기는 천국이구나.
하는 둥 마는 둥...이렇게 하는 것이 진짜로 하는 것이다. 밍기적 밍기적...이렇게 쉬는 것이 진짜 쉬는 것이다. 오래오래 숨을 참고 오래오래 밀어주는 것이 진짜로 일을 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일과 행복한 천국의 일은 그렇게 한다. 쉬는 일과 일하는 일이 모두가 동시에 존재한다.
숨겨둔 곡차가 마음을 녹인다. 마시는 컵이 다리가 없다. 임시로 다리를 받치고 그 컵으로 애껴서 향을 음미한다. 술이라거나 알콜이라는 이름은 천국에서는 안쓴다. 여기는 차만 마신다. 정성을 다해서 순수한 과일로 빚은 것을 통칭해서 곡차라한다. 입술에 남은 향마저도 감미롭다.
이제 남은 일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는 일이다. 니 마음대로 하세요~!! 천사가 해준 말이다. 사실 더 할 일이 없다. 젠장~!! 미리 생각해주었다가 내가 내 마음대로 할 걸. 미리 생각이 없었음이 후회스럽다. 그렇게 수행은 하루를 넘긴다. 참으로 신기한 수행이다. 아무런 생각이 안난다. 그냥 모든 것이 남의 일처럼...지난 과거처럼 아련하기만 하다. 나는 지금 꿈을 꾸나?...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