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순례후기

도리사(4)

덕산연담 2011. 8. 2. 23:12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정멸보궁의 바로 앞 법당에서 좌복을 깔고 머리에 베고 잠을 청한다. 이런 영광이 또 있을까~! 그리고 넓은 공간이 주는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행여 좋은 꿈이라도 꿀까?...문짝 바로 옆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생각했다. 여기 오기전...나는 과연 진신사리가 맞나? 그런 의구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낮에 들은 설명이 그런 의심을 한방에 날렸다. ...그 근방에 어떤 사람이 꿈을 꾸는데, 땅속에 부처님 사리가 묻혀 있다고 얼른 캐라고...그래서 발굴하니까 근처 폐사된 절의 것이데...그 안에는 신라시대때 모신 진신사리가 있었다고. 그 것을 다시 도리사에 모셔 놓은 것이 조선시대였단다. 그 탑이 무너지는 바람에 속을 까 보고는 이제서 그 진신사리를 다시 모시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 만으로도 난 행복하다. 이치에 맞기 때문이다.  조금 더 욕심을 내면, 도리사의 역사기록서가 있어서 그 내막을 잘 전해 주었으면 좋으련만 모두가 임진란때 불에 타서 없어진 아쉬움을 전할 뿐이다. 아무리 우여곡절이 있었어도 지금 우리 앞에는 아주 멋진 사리탑과 적멸보궁이 있다. 그리고 그 앞에서 잠도 자고 법회를 열고 있다. 그 인연에 감사하고 고마워 할 일이다.

 

새로 생긴 사리탑을 보고 다시 옛날 조선시대 만든 사리탑을 번갈아서 본다. 그리고는 상상을 한다. 어느 탑에서 방광을 할까? 종종 사리탑에서 방광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정성이 더 많이 들은 탑에서 할까? 아니면 사리를 모신 탑에서만 방광을 할까? 그런 상념을 하면서 탑 주위를 서성인다. 나는 아무래도 옛날 탑이 더 정성이 들어 보여서 마음이 끌린다. 어떤 석수쟁이의 수고로움이 보이는 듯하다. 새로 생긴탑은 웬지...화장으로 도배한 도시여인을 보는 듯하다. 사리가 없는 사리탑이 부담없어서 그리고 아담해서 한 동안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곧 발광을 하던지...아님 더 멋진 사리를 생산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늘 불교는 불가사의한 일을 겪으면서 즐기지 않던가~!

 

'석가족에서 태어나 성자'를 '석가모니'라고 부른다. 지금의 네팔이 고향이시니 네팔 사람이다. 그런데 네팔사람은 인도 사람과 확연히 다르고 오히려 한국사람과 비슷하다. 인도 여행중 가끔식 인도사람이 나에게 네팔사람이냐고 묻기도 했으니까...그 후 나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살아 계실때 모습은 대웅전의 그 모습이 아니고 우리나라 스님과 매우 비슷한 모습이었으리라 믿는다. 잔잔한 미소와 친절한 설명으로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시는 스님들은 내가 지금 목놓아 부르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화신이시리라... 진신사리를 찾는 내가 헛된 일을 하는 것이다. 바로 여기, 이 순간에 계시는 부처님을 못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