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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 다음...
덕산연담
2011. 6. 30. 17:27
비가 온 다음에 무심코 바라본 강물의 거대한 흐름에 가슴이 멈짓한다. 늘 서있는 것 같던 강물이 그 색깔을 황토로 바꾼다음에 소리를 내며 조금은 사납게 아래로 아래로 밀려나가고 있다. 비가 온 흔적이 온전히 남아서 또 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논에 심은 모는 이미 바닥을 덮고 이제 꽃을 밀어올릴 힘을 비축하고 있다. 멀지 않아서 논은 온통 벼들이 숲을 이루고 가을의 수확을 꿈꾸게 하리라.
비가 온 다음에 땅에 새겨진 그 흔적을 본다. 이리로 흐르고 저리로 흐르고...그러다가 이리로 빠져서 나갔구나. 여기의 풀은 쓰러졌고 여기의 돌맹이는 밑을 들어냈다. 물이 적은 곳은 그 깊이도 낮고 물이 몰려서 많았던 곳은 깊게 패여도 있다. 사실은 깨끗하게 씻어졌어야 할 도로나 길들이 이런 저런 물건들로 지져분하다.
남긴 흔적이 과거를 말해준다. 그래서 사람은 애를 쓰고 사는 지도 모른다. 그 흔적을 이쁘게 남기려고...순리대로 살아간 흔적은 그런대로 이쁠 듯하다. 물이 흐른대로 남긴 흔적이 자연스러운 것 처럼...하지만 내가 남긴 흔적이 좋든 나쁘든 사실은 중요하지가 않다. 각각의 흔적은 각각의 사정을 담고 있다. 남들이 모르는 나만의 기쁨과 슬픔이 그 안에 녹아 있다. 그 흔적이 많을수록 그 인생은 더 풍요로웠던것은 아닐까?
폭우가 내리는 광경을 보면서 한편 마음이 푸근함을 느낀다. 넉넉해서 좋다. 조금 넘치는 그 느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