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순례후기

낙산사(7)

덕산연담 2011. 6. 22. 13:23

처음 불교를 접했을때, 법문을 하시는 스님은 주장자(지팡이)를 들고 법상에 올라서 곧게 세운다음 법상을 1번 쳤다. 대중은 알겠는가? 하고 물으시고는 아무도 말이 없으면 그 주장자를 옆으로 누였다가 다시 세워서 법상을 1번 더 치셨다. 그리고는 똑 같이 대중은 알겠는가? 하시고는 물으셨다. 아무도 말이 없었고, 스님은 똑같은 동작을 한번 더 하신 다음에 시를 한 수 읊으셨다.

 

..시냇물 소리는 바로 부처님의 장광설

  산 생김새가 어찌 청정법신이 아니겠는가

  밤이 되니 팔만사천 게송이나 되는 것을

  다른 날 다른 사람에게 어찌 전할 수 있으리 (소동파의 '무정설법') ...

    

그리고는 나무아미타불을 길게 뽑으시고는 그 날의 법문을 시작하곤 했다. 한문을 번역한 것이지만 한문 그대로를 눈을 지그시 감은 채로 나이가 드신 스님이 한 수를 읊으면 그 내용은 몰라도 아주 신선한 느낌을 받곤 했다. 법문의 내용보다 자신의 존재가 더 거룩한 법문이기를 원하셨던 스님이시었다. 

 

낙산사 유스호스텔 3층 법당은 우리들을 위한 자리가 되었다. 도착을 하니 이미 방석을 준비하고 그 위에 낙산사 안내 책자등이 가지런하게 놓여있었다. 아마도 그전에는 회의실이나 강당 정도 되는 공간을 법당으로 리모델링을 한 듯 싶다. 한적하고 조용한 공간이 우리가 수행하기는 최적이다. 운영진이 준비한 수행프로그램은 '조별 1080배 릴레이'이다. 참으로 아이디어가 좋다. 나는 3조이다. 모두가 뜻을 모아서 절을 시작한다. 한사람만 절을 하고 나머지는 염불을 한다. 당연히 염불은 '관세음보살'정근이다.

 

우리 조는 한 사람이 108배를 하고 그 다음 사람에게로 바톤을 터치하기로 했다. 성실한 3조...나는 3번째로 108배를 하고 다음 선수에게 인계를 했다. 이심전심으로 절하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절 보다도 관세음보살 정근이 마음에 끌렸다. 새벽에 하던 정근을 이어서 더 하고파서 목소리를 높여서 불렀다. 내가 힘을 주어서 정근을 하면 절을 하는 사람이 힘이 덜 들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 걸음 더 나가서, 목탁을 더 힘차게 치면 좋겠다 싶었다. 잠시 목탁을 인계를 받고는...힘을 다해서 관세음을 부르면서 목탁을 쳤다. 굴속에 계신다는 관세음보살도 나오시라고...앉아만 계시는 원통보전의 건칠관음보살님도...언덕에 서서 계신 해수관음보살님도...홍일암에 계신 작은 관세음보살님도...모두 모두 이리로 나오셔서 우리의 절을 받으시라고...

 

얼마나 목탁을 힘있게 쳤는지 목탁을 잡은 손에서 쥐가 난다. 땀은 몸을 타고 흐르고 양말이 젖어온다. 거의 한시간은 했나싶다. 실눈을 뜨고 보니 법우님들의 절에도 힘이 들어가고 엄숙하게 잘도 한다. 분명 이곳에 모든 관세음보살이 강림하셨으리라. 그렇지 않고는 어떻게 아픔을 잊고 1080배를 다 할 수가 있단 말인가~!!

 

법우님은 절을 하고, 나는 목탁을 치고 목이 터져라 관세음보살님을 부른다. 그리고 여기는 그 분이 사시다는 그 절 가운데이다. 지나가는 보살님도 머리를 밀고 우리를 본다. 그 때 관세음보살님이 오셨다고 믿어진다. 모두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모두가 기쁨의 목소리를 내고...땀에 졎고 아픈 다리가 자랑스러움에 우리의 수행은 무르익는다.

 

나는 아직도 그 목탁소리를 기억한다. 분명 나무목탁인데...쇠소리를 냈다. 또한 나는 법우님들의 땀냄새를 기억한다. 분명 땀인데도 향기로왔다. 또한 웅얼거리는 기도 소리를 들었다. ...이 인연 공덕으로 너와 나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바란다고... 늘 그러하듯, 관세음 보살님은 흔적이 없다. 왔는가 싶으면 가시고...갔는가 싶으면 계시는 듯하다. 그레서 난 그 분을 좋아하고 믿고 의지한다. 난 내가 부족한 사람이므로...

 

훌륭한 모임, 우리 불여사의 다음 순례를 기다린다. 내가 부처이면 너도 부처이고, 내가 보살이면 너도 보살이리라...나는 너의 어깨에 기대어 또 하루를 산다. 그래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