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재-발직한 사물
첫 인상은 뭐 이런걸 그림이라고 그린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질서한 잡동사니들이 그림의 소재가 되어 뒤죽박죽으로 섞여있어서 어수선 하기만 했다. 하지만 아주 섬세하게 그린 것이 무엇인가가 다르다는 느낌이 스쳤다.
근시를 가진 내가 안경을 벗고 촛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보면 대강 윤곽만 보인다. 작은 선이나 색깔의 구별선이 없어지고 흐릿하게...사물이 두루뭉실하게 보인다. 그렇게 안경을 벗고 그림을 바라보니...어머나~!! 이렇게 숨은 그림이 나타나다니...하면서 감탄을 했다. 꺼꾸로 생각을 하니 이런 그림을 그린 화가는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그림을 숨긴 것이다. 그의 현란한 두뇌회전이 느껴진다.
미키마우스의 얼굴이다.
그런데 그냥 평범한 실타래가 얽혀있는 그림에 불과 하다. 찬찬히 보면 그때서 보인다. 실타레를 이렇게 실감나게 그린 것은 그런 형상을 해 놓고 그린 것일까? 아니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고도의 계산에 의한 작가의 상상력이 느껴진다.
사람이 사는 것이 어려운 이유가 투사라고 하는 현상 때문이란다. 내가 믿는 것은 옳다는 생각을 흔들기가 어렵다고 한다. 내가 사랑을 하는 동안은 그 여자가 하는 모든 짓은 이쁜 짓이다. 이때 실제로 이쁜짓이 아닌데도 이쁘다고 생각하는 것을 투사라고 한단다. 혹시 내가 틀린 것은 아닐까? 혹시 지금 내가 보는 것은 헛것이 아닐까?...이런 생각을 할때 비로소 그 투상에서 벗어나서 편안해진단다. 나는 이런 그림을 보면서...그림 속의 실타레가 주제일까 아니면 미키마우스의 얼굴이 주제일까?..또한 다른 사람은 미키마우스라고 인정을 할까? 곰의 얼굴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을까?
더 투사를 확장을 하면 죽음이 두려운 것 조차도 내가 만들어낸 것이다. 내가 만들어 내지 않은, 즉 투사되지 않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왜냐하면 모든 사물은 변하기 때문이다.
투사라는 현상을 통하지 않고 보이는 것이 바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다. 있는 그대로 보라-See as it is.- 그러면, 너는 지금 이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낄 것이다. 더 구함이 없고 더 배울 것도 없고 그리고 더 이상 나를 내 세울 것이 없기에...
도날도 덕이다. 만일 디즈니 시리즈를 안다면. 그러나 내가 디즈니를 모른다면 이 그림은 온통 잡동사니를 그린 이상한 그림이다. 도날드 덕이든, 잡동사니든, 이것은 아름다운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