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애-욕망하다
토요일...아무런 약속이 없다. 그런데 맥없이 산에 오르기가 싫다. 그러나 운동을 하고 싶다. 마냥 걷고 싶다. 이런 나의 생각을 멈추게 한 것이 전시회를 둘러 보는 것이다. 인사동의 화랑거리는 그래서 참으로 좋다. 마침 그 동네에 내 친구가 가게방을 하기에 시간이 되면 함께 식사도 하고 짐도 맡기고...
요즘은 화가들도 여유가 있고 풍족하게 보인다. 그림도 어둠지가 않고 밝은 것이 특징이다. 늘 예술은 고뇌와 슬픈 무엇인가를 표현하는 것이 좀 철학적이면서 약간은 신비를 간직한 듯했다면 지금은 솔직하고도 고상하다. 제목도 무제1, 무제2와 같이 애매한 것이 없다. 그래서 참으로 즐거운 삶을 표현하고 화가자신도 행복해 보인다.
바비 인형만을 그리는 화가(이상애 님)의 '욕망하다 (Desire)'에 출품된 한복을 입은 바비이다. 코 밑의 점으로 보아서 마치 화가의 자화상처럼 생겼지만, 전체적으로 풍기는 이미지는 단아함과 지성 그리고 자유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진정으로 섹시하다고 할까? 잠시 그 그림 앞에 서서 나는 내 마음속을 애인을 만난듯 반가움을 사진에 담았다. 마침 그 분의 작업실이 내 고향 증평이라니 더욱 반가웠다고 할까? 내가 걸어 놓고 감상을 할 곳이 있다면 한 점을 사고 싶다.
그 옆에 걸린 다른 작품은 외국인이다. 금발에 드레스...바비 얼굴로 보면 그가 진짜인 셈이다. 얼핏 티비에 잠깐 비취어준 패션쇼에서 모델이 입고 나옴직한 드레스이다. 전반적으로 화사하고 세련되고 렉셔리해 보이지만 다가가기는 너무나 먼 당신이다. 인형처럼 실제하지는 않고 그냥 마음에만 그린다고 할까? 보기에는 참으로 아름답다.
이런 작품이외에도 참으로 특이한 그림이 많았다. 주로 여러 인종별로 그 특징을 살리면서도 바비 인형의 얼굴을 한 다른 여인들의 표정이나 몸짓등...더구나 인형의 알몸을 드러내서 사실은 허구임을 적나나하게 표현한 것은 그린 사람의 화려한 정신 세계를 보는 듯하다.
욕망...욕망들.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의 뒤에 숨은 말이 욕망이다. 욕망이라는 목마름을 채우면 제 3자인 우리는 그 것을 쾌락이라고 부르고. 그 안에서 있던 당사자는 행복이라고 이름을 짖는다. 결국은 행복과 욕망의 에너지는 같은 것이라 한다. 욕망을 억제하는 자는 결국 행복한 순간을 그냥 지나친다. 왜냐하면 그 행복의 에너지가 너무나 작아서 느끼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커다란 욕망을 가진자...그 불덩어리가 큰 자가 결국은 큰 행복과 생의 아름다움을 소유하리라.
남자는 결코 표현하지 못하는 아주 셈세한 터치와 아름다운 구도...화려한 색..그리고 그림에 숨은 정열에 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