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이야기를 듣다
30여명이 모여서 하나의 큰 방에서 잠자고 먹는다. 조금은 불편해도 아직 우리나라의 풍습에서는 그렇게 흉이되고 나쁘지는 않는 방식이다. 사생활의 보호라든가, 다른 사람의 불편함은 늘 이해가능한 대상으로 생각을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렇게 커왔고 그래도 괜찮은 것으로 인식을 했다.
만일 미국이나 서양 사람들이라면 상상을 못하는 일이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이해가 어려운 일이다.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없는, 고의가 아니라도 다른 사람의 사생활의 침범이 없는 그런 시설과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아예 기획이나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모두가 반대하고 참석을 거부할 테니까...
그래도 아직은 우리가 너그러운 편이가보다. 잘 참고 잘 견디고 불평이 없다. 더러운 이불도, 얼룩진 베개도, 그리고 머리카락이 즐비한 방바닥도...웃으며 잘 덮고 잘 베고..그 방바닥에서 잘도 잔다. 모두가 참는데는 도가 텄다고 할까?...
여기까지는 그래도 누굴 탓하지 못하는 거래가 있다. 비용과의 상관 관계이다. 시설이 좋은 콘도나 호텔이면 절대 이러하지는 않을 것이기에...싼 값이 빌린 건물이면 그냥 웃으며 넘어가야만 한다. 내가 선택한 내 책임이 있기에...ㅋㅋ
그런데, 그런 공동체 내에서의 대화나 행동은 각자가 최소한의 피해를 줄이려고 애를 써야하지 않을까? 내가 들은 이야기를
적어본다.
...어제는 맥주를 500마셨다
...술 한잔 주세요.
...맥주 더 없어요?
...이건 내가 마실 맥주니까 한병만 준다.
...10년 되었다. 지금도 내가 춤을 추고 애교를 부려요?
...친구가 술을 못 먹어서 재미가 없다. 늘 영화를 보아서 질린다.
...그 친구는 한잔만 먹어도 술 냄새가 난다.
...내가 연봉이 쎄다.
...맥주가 더 없느냐?
... ... ...
결국 그 친구가 새벽 1시반쯤에 정신을 놓아서 부축해서 처진 몸을 다른 친구가 끌어다가 방에 누였다.
나는 그냥 누워서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듣거나 볼 수밖에 없었다. 같은 공간이기에 눈을 감아도 잠이 못든다. 그 큰 목소리에 내 귀는 들리는 소리를 듣고 있다. 참으로 지독하고도 남을 배려하는 맘이 조금도 없구나...섭섭하다. 그래도 난 참는다. 큰 소리를 내야 무슨 소용인가~! 곧 날이 밝으리라.
술을 먹어서 취하면 지적능력이 떨어져서 아이들 수준이 된단다. 그래서 감정의 변화가 심해지고, 한 말을 반복하고. 남들이 자기말을 안듣나하고 크게 말하고...그래서 그럴까? 술을 먹으면 자기가 하는 말을 머리로 하는게 아니고 습관으로 한다. 그 사람의 평소습관을 엿보는 기회가 된다. 나는 묻지도 안았지만 오늘 그 사람의 모든 사생활이나 고민거리 그리고 나쁜 버릇까지 모두를 알게 되었다. 왜? 그 사람은 그런 이야기를 처음보는 낯선사람들이 알 정도로 하는걸까?... 많이 외롭고 많이 힘들어
보인다.
나는 의도적이진 않았지만 멀리서 남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냥 해대는 말은 아름답지가 못했다. 멀리서 짓어대는 개의 울음만큼도 감동을 주지 못했다. 나도 지금 습관적으로 말을 하고 있지는 않는가? 반성해야 할 일이다. 천수경의 참회문중에 말에대한 참회기도문이 생각난다.
-악구중죄 금일참회-- 오늘 저는 습관적으로 해온 남을 비방하는 말에 대해 깊게 반성합니다.
-양설중죄 금일참회-- 오늘 저는 습관적으로 해온 싸움 일으키는 말에 대해 깊게 반성합니다.
-기어중죄 금일참회-- 오늘 저는 습관적으로 해온 남을 기만하는 말에 대해 깊게 반성합니다.
그 사람 덕분에 큰 가르침이 마음에 남는다. 습관적으로 해온 말을 이제는 관리해야 한다. 깊은 연민과 자비심 그리고 생각을 해서 말을 해야한다. 그렇게 다짐을 한다. 나무 관세음보살...자비로우신 관세음 보살님의 가피가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