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뒷골목 풍경

덕산연담 2010. 4. 2. 18:07

중년쯤 되어보이는 여자가 조금더 나이가 들어보이는 남자의 다리를 잡고 차가운 길거리에서 실갱이를 한다. 초봄의 초저녁은 해가 떨어지게 무섭게 바로 냉기가 엄습을 한다.

 

서로에게 욕을 해대는 것으로보아 무엇인가 사연이 얽혀있나보다. 남자는 작은 키에 대머리이고 양복을 입었다. 그리고 여자는 청바지에 긴머리이고 언뜻보기에 늘씬하다는 느낌을 준다. 아마 둘이서 사이가 좋게 팔짱을 끼고 간다면 부자사장에 그 애인 정도로 보아줄 만큼 여자가 잘나 보인다.

 

그런데..왜? 남자는 그토록 화를 내고 여자는 악을 쓰고 덤비는가~! 서로에게 신뢰를 잃었나? 아니면 무엇인가를 도둑질을 했나?...남자가 무엇인가를 내 놓으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여자에게 잘못이 있나?...여자가 맨발이다. 추운날씨에 아마도 급한 사연으로 나왔나보다.

 

온길을 다시 돌아오니 아직도 둘은 그 자리에 있다. 소리는 죽었고 둘은 무슨 이야기를 작게 한다. 힐끔보니 둘다 인생을 참으로 질기게 살아온 냄새가 난다.

 

나는 그들이 부끄럽지도 챙피하지도 않았다. 구경꾼이 몰리지는 않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은 관심을 표하고 간다. 다만 그들의 옷차림이 차가운 길바닥에 앉기는 너무나 안어울린다고 생각이 든다.

 

그들도 무슨 사연이 있으리라. 그러기에 그러겠지? 누군들 그런 사연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다들 들어보면 엇비슷하리라. 나도 친구들따라 길거리서 싸움을 벌린적이 있었다. 부도가 나서 도망다니던 친구가 찾아와 따뜻한 밥한술 사주고 술좀 먹였더니...죽고 싶단다.

 

길가던 아무나 잡고 시비를 하려했다. 말려도 말려도 안되더니 결국 길바닥에 누워서 일이 마무리 되었다. 지금 그이야기를 하면 아주 멋적어한다. 그래도 그때 그렇게 하고나니 좀 살만했다고...자기의 존재를 확인해서 좋았다고 웃는다.

 

그래..누구든 악다구이라도 써서 소리도 지르고...길바닥에 누워도...그래서 일어날수 있다면, 나는 그들을 응원하고 싶다. 아마도 그 중년의 사람은 지금은 나란히 누워서 사랑을 속삭일까?...그런 희믓한 상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