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린 문
종묘에 가서 어떤 문이든 유심히 보라....모두가 뒤틀려서 모서리가 맞지를 않는다. 그리고 길에 깔린 돌을 보라...모두가 삐둘거리고 크기도 제 멋대로이다.
솜씨가 없어서 그렇게 한게 아니고 모두가 생각이 있어서 그렇게 했단다. 혼이 드나들기에 힘이 들지 말라고 문을 조금씩 비틀어 놓았고, 임금의 걸음걸이가 빠르면 경망하다고 천천히 걷지를 않으면 넘어지라고 일부러 울퉁불퉁하게 돌을 깔았단다.
지존의 자리에서 세상에 호령하던 임금도, 조상을 모신 신당에서는 그저 작은 인간으로 돌아와 조상신에게 업드려서 음복을 청했으니 겸손에 겸손을 더했으리라. 1주일 전부터 모든 판결을 중지하고 늘 좋은 말을 해서 몸과 마음을 정결하게 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종묘는 임금이 겸손을 배우는...그리고 나중에 후세가 어떻게 자기를 평가할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아주 훌륭한 장소임에 틀림이 없다.
이씨 왕조가 그래도 오랫동안 잘 유지할 수 있었던 원인중에 하나가 여기 종묘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후세가 훌륭한 왕으로 평가한 왕은 정전에, 그렇지 않은 왕의 영녕전에 나누어서 모시고 정전에서만 제사를 지냈으니 얼마나 훌륭한 전통인가~!!
공자의 가르침인 유교에서 나온 조상을 모시는 제사의례가 중국에서는 없어져서 그 흔적이 없다고 한다. 물론 일본도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전통방식의 제사는 종묘가 세상에서 유일하단다. 그래서 그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인류문화재가 되었단다. 지금은 일년에 한번, 5월 첫째주에 시행되는 종묘대제는 전주 이씨 종중에서 주관을 하는데 제주만 약 2천명이 필요하단다. 이번에는 꼭 한번 보러가리라 다짐을 한다.
임진왜란때, 일본군이 군 사령부로 썼는데 이유도 모르게 수많은 병사가 죽어나갔다고 한다. 일본군은 거기가 무엇을 하는 장소인지도 몰랐다고 한다.
추운 겨울날...옛날 우리나라를 다스리던 임금님의 혼령을 모신 종묘를 걸으니 찬바람이 을씨년 스럽기도하고 마치 손에 임금님이 잡힐듯 가까운 곳에 있는 것 같기도하고...기분이 묘하다. 더 머물고 싶기도 하고 얼른 나가고 싶기도하고...보면 볼수록 건물이 아름답다. 거기에 모신 신령이 편안하시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