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오랫만에 서울역에서 경의선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옛날에는 통근 열차이었는데 지금은 경의선 전철로 그 이름이 바뀌었다. 아직 공사가 완료되지를 않아서 서울역에서 연결이 불편할 정도로 꽤나 걸어서 타야한다. 지금도 한시간에 한대만 다니는 관계로 기차는 미리 와서 사람을 기다리다가 시간이되면 출발을 한다.
승객은 미리온 사람부터 출발에 임박해서 헐래벌떡 오는 사람...가지가지이다. 입구에서 부터 사람들이 자리를 잡아서 멀리 있는 열차까지 걸어서 움직이며 빈 자리를 찾는다. 내가 차를 탓을때 사람들이 거의 자리를 잡고 앉았다. 몇개의 열차를 지나서 겨우 자리를 발견하여서 앉았다.
그런데 경로석에서 들리는 험한 소리가 들린다.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랑 그 보다 10여살 적어뵈는 할머니의 싸움이다. 아마도 경로석에 할머니가 아기를 데리고 앉은 모양인데 그 할아버지가 그 아이가 앉은 것이 못 마땅해서 뭐라한 모양이다.
할머니가 큰 소리를 먼저 냈다. 와요? 애들은 앉으면 안됩니까? 그 소리에 놀라고 자존심 상한 할아버지가 대꾸를 하다가 할머니에게 욕소리를 들었다. 그때 할아버지는 힘으로 제압을 하려고 나섰고...누군가 말렸다. 10여분간의 소란이 이어졌고 누군가가 조용히 하라는 젊잖은 목소리가 그 소란을 잠재웠다.
나는 유심히 그 두 사람을 살펴보았다. 그렇게 싸울일이 아닌데 에너지가 남아나는 분들이기에 다시 보고 싶었다. 너무나도 힘겹게 살아온 인생인듯 얼굴에는 미소가 없다. 왠지 자기만을 아는아주 똑똑한 사람임은 틀림이 없는 듯 해보인다.
할머니는 여자이고 애기를 데리고 타면 당연히 잘 보살펴주리라는 기대가 깨져서 힘들어 하시고, 할아버지는 나이 먹고 남자이면 다른 사람이 알아서 대접을 해줄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나보다. 그런데 누구도 그렇게 대접을 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노약자 석에 자기가 앉을 권리만을 생각하셨던 모양이다.
살림이 어렵고 가난하면 마음도 그렇게 되나보다. 삶이 힘겨우니까 늘 투쟁적이다. 혁명을 외치고 의리를 주장하는 사람은 얼굴이 편해보이지를 않는다. 양보하고 도움을 주려고 마음을 쓰는 사람은 왠지 끌리는 맛이 있다.
...늙으면 죽어야 한다
...인생에서 좋은 경험을 너무나 많이 한 사람인가 보다
...거~나이드신 분들이 조용히 하소, 챙피한줄 알아야지...
내 귓가에 들리는 다른 승객들의 코멘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