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날씨에 속지 마라

덕산연담 2009. 11. 27. 23:29

안개가 낮에도 끼인듯 하늘이 밑으로 내려 앉아서 우중충하다. 가을도 겨울도 아닌 중간 날씨가 이렇다. 춥던 날씨가 포근해지고 또한 비가 온 영향으로 그 습기가 안개로 바뀌어서 그렇다고 한다.

 

친구에게 푸념을 했다...오늘은 기분이 우울하고 쓸쓸하고 누군가와 한번 붙어서 화를 내고 싶은 묘한 기분이라고...그런데도 누구든 만나고 싶은 마음도 없고 의욕도 없는 것이 이상하다고 했다.

 

그 친구왈...야! 날씨에 속지마라 고 일침이다.

 

그 말을 들으니 머리가 시원해진다. 그래 가장 무능력한 사람이 날씨가 핑게고 날씨가 문제라고 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 핑게 대지 말라는 말로 들린다. 속지마라...

 

내가 지닌 내 마음이 문제이지 날씨가 나를 어떻게 한 것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내 마음이 무거운 것을 날씨가 우중충 하다고 그래서 내가 그런 것이라는 엉뚱한 논리로 나를 정당화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니 나에게도 속으면 안된다. 물론 날씨에도 속으면 안된다.

 

하지만 나는 이런 안개 낀 날을 사실 좀 두려워한다. 가로등이 불빛주변으로만 빛을 발하고 주변은 깜깜한 밤이다. 바람도 없고 날씨도 포근한데 밖에 나가면 무진장 추위를 느낀다. 비도 안오는데 옷은 금방 축축해지고 한기를 느낀다. 언젠가 등산가서 정상 부근이 그랬다. 안개 속을 헤쳐서 나오는 일이 꽤나 고생이었다.

 

그 후로는 이런 날이면 마냥 외출을 금지하고 몸을 움추린다. 친구가 속지말라는 말이 그런 나를 일깨운다. 힘이 속는다. 내일은 무엇이든 해보리라....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