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죽이기

종무 친구에게

덕산연담 2009. 11. 6. 11:52

<종무친구의 부음을 접하고>

종무야,

이제는 네가 스스로 대답을 할 수 없으니 내가 대신 답을 한다.

'그래, 왜?'

너 잘났다고...히히

'짜식 싱겁긴...난 원래 잘 난 놈이거든~~!'

 

잘난 놈이라 일찍 간거냐? 너의 욕심이 지나친것이 아니니?

애들 시집 장가 보내고 손주 보면서 넉넉한 네 인심으로 지나가는

친구들 불러서 탁주한잔 멕이고 그래야지..안그랴?

 

너는 너무 착해서 문제였어. 눈이 큰 아이였으니까 겁도 많았구.

그래도 짐 자전거는 네가 최고였지. 너 보다도 몇배 무서운 쌀을 자전거에

매달고는 배달 한다고 골목을 다 누볐지. 착해서 시키는 대로 고지식해서

몸 아끼지 않고 말이야.

 

그래도 아프다고 할때는 남들보다 잘 참고 잘 견디고 그 의지는 대단했지.

아프면서도 자기는 괜찮다고 늘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곧 낫아서 친구들에게

온다고 말을 했었지. 누구보다 강하고 누구보다 진실했었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했지. 잠깐이라도 그 고통에서 벗어나길 원했잖니? 이제는 너가 고통을 이긴거야. 고통은 없어졌잖니? 이제는 편하게 숨을 쉬고 편하게 생각하려무나. 이런저런 생각을 접고 또 다른 세상에서 멋지게 사는 거야.

 

오늘 나는 너를 보내러 네가 잠든 병원으로 간다. 서울의 여러 친구랑 같이 간다. 우리를 보거든 반가워하고 이내 쉬거라. 너의 편안한 휴식을 방해할 생각이 없단다. 그리고 누가 거기서 묻거든 나는 여기서 잘 살다가 왔다고 말하거라. 이렇게 많은 친구들이 왔다고 자랑도 하고...

 

그리고 이제는 몸을 떠나 가벼운 영혼으로 남았으니, 너의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거기서도 힘좀 쓰거라. 너을 가장 그리워하고 너를 가슴에 묻은 그네들이 너무 안타깝다. 잘 들 해나가겠지만 그래도 너의 도움이 필요하단다.

 

말이 길면 안되지...잘 가라. 이별을 고한 뒤에는 절대 뒤를 보면 안된단다. 여기서의 모든 미련 확 접거라. 그리고 멋진 세상에 태어나 다시 멋지게 살아다오...

 

안녕...친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