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운전
텅빈 고속도로를 혼자서 밤에 달려 본적이 있나여? 내 차의 불빛만이 그 도로의 주인되고 내가 내는 소리만이 그 주변의 소음이 되어 한참을 질주해본 험이 있는나여? 새벽 2시나 3시경 썰렁한 휴게소에 들러서 따뜻한 육게장을 드셔본 적은 있나여? 어둠으로 불빛이 빨려들어가고 속도감에 두려움을 느껴본 적은 있나여? ...
고의는 아니지만 피곤에 지친 몸을 잘 다독거려서 밤새 고속도로를 달리는 일은 시작이 어렵지 일단 시작을 하면 참으로 매력적이 된다. 늘 만원인 고속도로를 혼자 전세를 내어 마음을 집중하고 한참을 달리면 머리가 시원하면서 쾌감을 느낀다. 일부러 할일은 못되지만 그런 여건이 되면 한번쯤은 느끼고 즐겨볼만한 일이다.
몸은 천근만근으로 무겁지만 정신만은 또렷하게 차려진다. 아마도 속도가 주는 두려움이 그 원인이 아닐까? 가끔씩 나를 추월해가는 차를 뒤 쫓아가면서 그 운전자가 누구일까 상상을 한다. 무진장 급한 일이 있는가? 아니면 얼른 집에가서 잠을 자고 싶은 걸까? 내가 할 수있는 능력에 맞추어서 천천히 운전을 조심스레 한다.
드디어 톨 게이트를 지나면 마음은 할결 여유로와진다. 조금 긴장감이 덜해지면서 안심을 한다. 오늘도 해냈구나. 승리감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난다. 나중에 내가 침체의 늪에 빠진다면 아마도 이런 밤샘운전의 기쁨을 기억하고 다시 시작하려는 기운을 차리리라.
너무나 장시간 운전은 지금도 마음이 울렁거린다. 몸이 뻣뻣하고 마음이 집중핮 못하는 이유는 아직도 피곤감이 있기 때문이다. 오랫만에 무리해서 심야에 운전을 해보니 재밋다고 하기에는 위험하고, 위험하기만 하다기에는 그 묘미가 아깝다. 아무튼 정신이 맑아지고 해냈다는 기분이 나를 즐겁게 한다. 참으로 어렵고도 재미있는 하루이었다고 기록한다...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