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나는 늘 탈출을 꿈 꾼다. 누군가가 나를 잡어두거나 얶매여 두지는 않지만 그냥 일상에서의 탈출이 좋아보아고 멋있어 보여서 그런 꿈을 꾼다. 늘 하던 일을 집어치우고 새로운 것을 향해 일단 가보고 싶은 것이다. 그 마음에 담는 일화는 개구리이야기이다.
...개구리는 양서류라서 뜨거운물은 질색이다. 늘 서늘하고 축축한 그런 환경이 그들이 살아가는 최적지이다. 그래서 따뜻한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조건 반사적으로 튀어나간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찬물에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물을 데우면 개구리가 적응을 하여 물이 뜨거워져도 탈출을 하지 못하고 죽는다...
나는 지금 살아가면서 그런 개구리가 아닌가?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의 온도를 잃어버리고 탈출을 시도하지 않는 개구리 말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쁜말과 좋은말로 나를 치켜세우면 그것이 온도를 올리는 불인지도 모르고 미소를 짓는다.
나를 대접해주고 나에게 친절한 당신은 정말이지 뜨거운 불길이다. 내가 탈출할 기회를 빼앗아 버리는 그런 사람이다.
탈출이란 별 것이 아니다. 그냥 늘상 하던 일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술을 많이 먹는다면 않먹는 것이 탈출이고, 않먹던 술을 실컨 먹는 것도 탈출이다. 차를 타고 다녔으면 걸어가는것, 자전거 타는 것이 탈출이다. 지금 내가 익숙한 모든 것을 버리고 낯설고 어색한 것을 하는 것이 진정한 탈출이다.
저녁때 술을 한잔 하자는 친구가 나를 탈출시켰다. 늘 가던 퇴근길을 바꾸어 놓았으니 말이다. 그 친구가 엔지니어가 아니라서 좋다. 다른 일을 하는 놈이니까 나를 다른 세상으로 안내한다. 친구 덕에 술을 먹고 정신을 놓는다. 내가 내가 아닌 모습으로 나를 보니..오늘은 성공이다. 탈출을 했기에...
세상사는 일이 늘 한결 같으면 무슨재미가 있을까~! 내일은 오늘과 달라야하고 또 내일은 특별해야한다. 그날이 그날이면 나는 그 따뜻한 물속에 든 개구리 신세다. 지금 탈출을 시도하지 않으면 난 곧 숨을 거두는 개구리가 되리라.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잘 살피라...어두운 밤길에 희게 보이는 것은 돌아니면 물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