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
누가 이름을 '무심천'無心川-마음이 없는 냇가라고 지었을까? 내 고향 청주를 가로질러 흐르는 아주 긴 냇가이다. 밤새 누나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날이 새었다. 무슨 이야기이었는지 생각은 나지 않지만 누나는 내 이야기에 장단을 맞추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간 살아온 아름다운 이야기가 누나가 나에게 들려준 전부이다. 나는 대부분이 이해가 되고 그렇게 살아온 누나의 마음씀이 고맙다. 누나의 장점은 오늘을 사는 것이다. 지금을 어떻게 잘 사는가에 늘 주의를 집중하고 있다.
옥상에는 수많은 꽃들과 채소들이 가득하다. 주방에서 쓰고난 물을 모아서 옥상의 식물에 주고 거기서 열매를 보고 꽃을 즐긴다. 나도 그 기분을 알겠다. 물을 주면 좋아서 웃는 나무가 보이고 열매가 색깔이 달라지는 것이 눈에 새겨진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면 열매를 따가라는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이렇게 식물들과도 내가 관심을 기울이고 다듬고 이뻐해주면 대화가 된다는 말을 하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그리고 왜 그리도 주변에 어려운 사람이 많은지...늘 돌보고 도와주고 해야하는지가 싫었는데 돌이켜보면 '전생의 빚을 갚은것'이라는 말로 위로를 했다. 늘 퍼주고 베풀어서 모두가 웃고 좋아하는 누나가 좋다. 늘 하는말은 '남으니까 주고 남들에게도 주는데 동생인 너에게 주는게 뭐 어렵냐'고 하면서 부담을 줄여준다. 늘 부지런히 무엇인가를 다듬고 만든다.
이야기 도중에 그런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몸이 아픈것은 전생에 살생을 많이한 과보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래서 늘 사랑을, 자비를 베풀어야 몸이 편하다고 그 방법을 이야기 했다. 식물에게 물을 주면서도 이쁘다고 말하고 잘 생겼다고 칭찬하고 이렇게 실하게 자라주어서 고맙다고 쓰다듬고...이렇게 이번 생에서는 살생을 하지않고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 전생의 잘못을 참회하는 멋진 방법이라고 여기어 졌다. 맞는 말이다.
그렇게 밤을 지새며 이야기를 하니 기분이 참으로 묘한게 흥분이 되는듯 아주 짜릿하다. 아침에 일어나 우리모두는 무심천의 워킹코스를 걸었다. 1시간 가량 운동을 하고 해장국을 먹기로하고...어제 저녁에 먹은 술이 아침에 전쟁을 한다. 그리고 잠이 부족한 몸의 여러구석에서 불만을 토로한다. 그러나 일체 들어주지 않고 나는 집중만을 한다. 가끔은 머리가 어지럽기도 하고, 배가 꼬인듯 아프기도하고, 눈으로 무엇을 보고 있어도 생각이 없다.
불현듯 여기가 무심천이라는 생각이 났다. 무심천이라니...개천이란 원래 마음이 없는 것인데 왜 그 마음이 없음을 강조 했을까?...오늘의 나처럼 생각에 매이지 않고 마음에 걸림이 없이 이렇게 걷기에 좋은 개천이라는 말을 전하려는 조상님의 뜻이리라.
잠시 개천에 내려가서 몸과 마음의 때를 씻는다. 갠지스강의 사람들처럼 물에 무엇인가를 보내니 마음이 후련하다. 그래서 강에서 기도를 하면 그렇게 신선하고 잘 된다고 하나보다. 움직이는 시냇물이 모든 진리를 담고 있다고 한다.
지금 지나간 물은 다시 오지 않으며, 늘 낮은대로 흐르고, 모양에 구애됨이 없이 자유자재한다.
이렇게 내 마음을 풀어놓아 본다. 지금, 여기서 당신과 있는 이 시간이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극락세상, 천국의경험임을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