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양주 보살
내집이 아니면, 내 돈을 안내고 밥을 먹기란 참으로 어렵다. 먹기위해 산다는 말이 정말이다. 먹는 것에는 살아있는 동물은 다 관심이 많다. 더 좋은 것, 더 맛있는 것을 찾게 마련이다. 그러니 내것이 아닌것을 먹으려면 누군가 먹다가 남은것이나 아니면 맛이 없는것...뭐 이런 시시한 것이 된다.
우리가 절에 가면 시주금을 낸다. 금액이 문제가 아니고 불상앞에 마련된 보시함 통에 자기의 사정에 따라서 내고픈대로 낸다. 누가 시킨 것은 아니지만 복을 빌던 아니면 자비심을 내던 얼마간 넣으면서 마음에 안심을 한다.
나 역시 그렇다. 많이 내면 좋지만 그러지 못하더라도 꼭 낸다. 내가 마음이 편하고자해서다. 그런데 보시금을 내면서도 조금 수줍다.
그러고 때가 되면 공양시간이 되어 밥을 먹으러 가면 공짜로 먹는다는 기분에 또 수줍어진다. 이미 보시함에 충분히 밥값을 내고도 떳떳하게 밥 한그릇 얻어먹는 것이 만만하지가 않다.
순례를 가면 일정금액에 우리의 식사비가 들어가 있을것이다. 그래서 밥을 먹는 일은 떳떳한 일인데...이번에는 공양주 보살의 애쓰심이 안타깝다. 우리가 머물던 벽송사의 공양주 보살은 연세가 72이시다. 편안하게 경로당에서 화토를 치면서 잡담으로 세월을 보내도 되시리라.
새벽 2시30분에 기상을 하신단다. 세수하고 몸단장을 하시고...6시 아침 공양 시간을 맞추어서 모든 반찬과 음식을 차례 놓아야한다. 그것도 몇십명의 밥이다.
내가 새벽에 참선방에 머물러 있을때 그 보살은 꼭 오셨다. 정확하게 4시50분이면 부처님전에 3배를 올리고 나가신다. 군더더기 없이 그냥 3배만 달랑하고는 얼른 공양간으로 달려간다.
지난 3개월을 결재 스님들의 밥을 해대느냐고 하루도 휴가가 없었단다. 쉴만하니 우리가 가서 다시 50여명의 밥을 해야된다고...몸이 많이 힘이 든다고 하신다. 하루에 꼭 3번의 밥을 해야하는 입장에서 얼마나 힘들고 힘들지 짐작이 간다.
무슨 반찬을 해야할지...어떤 국을 끌여야 할지...어제 남은 밥은 어떻게 처리할지...등등...
그 공양을 먹는 우리는 아무생각이 없다. 그 공양주 보살의 노고는 보이지 않고 맛있는 밥과 반찬만이 보인다. 마치 돈 내고 먹는 식당처럼...
나이 많으신 공양주 보살이 무언의 말을 하신다...맛있게 먹고 힘내서 어서 빨리 깨달아서 중생을 구제해 달라고.
그 보살님의 건강과 소원성취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