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농사(7)
이제는 고추를 수확을 하는 시절이 돌아왔다. 지난주에 갑작스런 가족파티가 있어서 급히 5개를 따서 먹었다. 물론 너무나 아까운 나머지 장남에게 우선 3개만을 따라고 했고, 그걸 다 먹고는 차남에게 2개만 따오라 했다. 그 놈들은 그 의미를 모르겠지만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식탁에서 조금만 움직여도 싱싱한 고추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신선하고 마음이 든든한지를 아시는가?
아들놈이 따가지고 온 고추를 입에 넣는순간...아~!! 아삭한 깨짐의 소리와 맛의 조화로움이 나를 흥분시켰다. 고소한 맛이다. 맵지도 않고 비리지도 않은 적당한 간이된 맛있는 맛이다. 내가 물을 주면서 키워온 내 감정을 고추가 담고 있는 듯 했다.
고추가 주렁주렁 많이도 달리고 지금도 달린다. 꽃이 피기가 무섭게 다음날은 그속에서 고추가 밀고 나온다. 냉장고에서 꺼내서 먹는 고추랑은 신선도가 비교가 되지 않게 좋다. 그래서 내가 필요할때만 한개, 두개 정도 따서 먹는다.
어제 저녁에도 하나를 따서 간식으로 먹었다. 아침에 두개를 따서 사진을 찍고 아침에 하나를 먹고 하나는 두었다. 다른 하나는 아마도 다른 식구가 먹겠지?
이제는 친구를 불러도 고추는 충분히 먹을 것 같다. 더위에 영양을 보충하려면 고기를 먹어야 할거구 그러면 고추가 아주 훌륭한 먹거리중의 하나가 되리라. 충분히 먹고도 남으면 붉게 물들어서 빨간 고추가 되겠지? 그냥 편하게 두면 그것이 최상의 보살핌임을 다시 새겨본다.
오늘 아침에 먹은 고추는 너무 매웠다. 땀을 흘리면서도 그냥 남기고 그래서 버리고 싶기가 않았다. 꾹참고 다먹고 그대신에 오렌지 주스로 매운 맛을 달랬다. 비록 고추 하나이지만 내가 얼마나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냐에 따라서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 덕분에 다른 사람이 키운 고추에서도 그런 정성이 보인다.
세상에 그냥 만들어진 것을 없다. 열정과 정성이 들어있다. 그래서 먹기전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수행의 첫 걸음이라고 말을 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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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한 방울의 물에도 우주의 은혜로움이 깃들어 있고
한 알의 곡식에도 농부의 수고로움이 있네
덕행이 부족한 내가 받기가 송구스럽다.
마음의 온갖 욕심을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깨달음을 이루고자 이 음식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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