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연담 2009. 5. 3. 19:07

산행을 하다가 내려오는 길이 부담스럽다. 누구나가 그럴 것이다. 올라가서 기분을 만끽하고 내려오려면 기운도 소진되고 올라가면서 보는 것 보다는 풍광도 별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기다가 무릎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오르는 것 보다 내려오는 길이 무릎에는 더 부담을 주기도 한다.

 

자신의 능력보다는 욕심을 부린 경우도 있지만 일행을 따라가다보면 산행 속도 조절이 어렵고 코스도 선택사항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내려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지친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런 상황에서 내려오는 길이 모두 계단이라면 그 끔찍함이란 어찌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시큰 거리는 무릎을 참으면서 내려서는 고통이 조금 전까지 호기를 부리며 정상에서 지었던 함박 웃음은 이미 잊은지 오래다. 얼굴을 꾸기고 얼른 이 돌계단이 끝나기를 비는 수 밖에는 도리가 없다.

 

나이 든 사람들은 그래서 쉬엄쉬엄 내려온다. 젊은 사람이야 펄펄 나르듯 잘도 뛰지만....

 

어떤 나이 지긋한 사람이 한마디 내 뱉는 말이 너무 충격적이다. 같이 내려오는 동료에게 묻는 말이 가관이다.

 

...이 계단 중들이 만들었지?...

 

계단 때문에 불평을 하다가는 갑짜기 중들을 들먹인다. 설싸 계단을 스님들이 만들었다해도 고마워는 못할 망정 만들어 놓은 계단을 탓하며 거기다 스님을 끌어들이다니...그리고 표현이 중이라니...

 

스치는 말이지만 참으로 어의가 없었다. 물론 정상 부근에 절이 있지만 그 많은 계단을 처음에는 절에서 시주돈으로 시작을 했을거구, 산이 너무나 훼손이 되니 국립공원에서 본격적으로 정비를 했으리라. 절이 생긴게 먼저이구 그 나중에 공원이 되었으니까.

 

얼굴을 보지도 못한 그 사람이 밉다. 관절이 않좋을 정도로 나이가 있을텐데 그 정도 밖에 생각을 못할까?  산에 절이 없다고 생각을 해보라 얼마나 삭막한지 상상이 되지 않나?  또한 절을 모두 사각형의 빌딩으로 지었다고 상상해보라. 얼마나 황당하고 보기 싫을까~!

 

산세에 어울리게 한옥으로 아담하게 지어서 화려하게 단청을 칠한 예쁜 집이 절 말고는 어디에 있던가~!! 그윽한 풍경소리와 목탁소리...때로 들리는 범종소리가 누구도 괴롭히지 않는 아름다운 화음으로 거기에 있지를 않는가...모두가 스님덕이다. 그리고 시주한 사람들의 공덕이다.

 

늘 있으니까 소중한 줄 모르지만 없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고귀한지 돌이켜 생각을 해 볼때다. 눈오는 날...산을 오르다 빗질로 계단을 쓸고 계신 스님을 뵌 적이 있다. 거기를 지나는 등산객이 편히 오르라고 마음을 내 놓으신 거다.

 

그 사람에게 답해주고 싶었다. '그 계단은 중이 놓으거다. 왜?'....그런 사람은 삭막한 사막에다가 홀로 남겨 놓아야 하리라. 거기엔 절대로 계단은 없다. 그리고 중도 절도 없다.

 

스님들의 노력에, 열정에, 그리고 자비로움에 오늘도 마음을 기대어 본다. 아름다운 스님들의 마음 씀 덕분에 오늘도 무사했슴을 감사히 생각을 한다. 그런 스님들이 모두 어서 빨리 성불하옵기를 두손 모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