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머물기

덕산연담 2009. 4. 22. 10:53

어린 시절에는 누군가 손님이 우리집에 오면 2일 내지 4일정도를 머룰다가 갔다. 오실때는 과자랑 돼지고기 1근 정도를 사서 들고 오셔서 우리는 과자를 먹고 좋아했고 어른들은 찌게같은 것을 만들어서 막걸리나 아니면 집에서 담근 술을 드시곤 했다.

 

나는 그 손님이 오면 우리집 분위기가 좋아서 좋았다. 어른들이 화도 잘 안내고 무엇인가 맛있는 것도 먹고, 때로는 그 손님이 용돈을 주는 것이 너무 기뻤다. 그래서 그 손님이 더 머물고 가지 않기를 바랬다. 늘 질문이 언제 가실거냐고? 내가 학교 다녀 올때까지 가면 안된다고 다짐을 받고 했다. 학교서 돌아와 보면 가셨다는 말이 참으로 서운했었다.

 

나 역시 친척집을 부모님이랑 함께 방문을 하면 보통 몇일을 머물고 거기 사는 또래의 친구들과 놀다온 기억이 많다. 그래서 참으로 추억이 되곤 했는데...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언젠가 부터 '방문전에 전화'로 방문을 승인 받는 것이 예의가 되고, 가면 한끼나 차 한잔 먹고 오는 것이 일상화 되었다. 밥도 외식으로 비싼데서 사드리는 것이 아주 훌륭한 손님 접대가 된 것이다. 몇일씩 머문다는 것은 정말 어렵고 어려운 일이된다.

 

어딘가에 아무 조건 없이 한 일주일을 먹여주고 재워주고...그리고 떠날때 차비를 주고 차가 떠날때까지 배웅을 해주는 그런 포근한 곳이 나에게는 없다. 아무런 조건 없이 말이다.

 

나는 내가 어딘가 한적한 곳에 그런 장소를 마련하고 내 이름을 아는 사람이 찾아오면 그렇게 대접을 해서 보내고 싶다. 사는 게 힘들다고 오면 소주에 담그고 갈때가 없어서 왔다면 웃음으로 맞이하고, 밥맛이 없어서 온 놈은 흰쌀밥에 김을 얻져서 봄철 나물 겉저리에 배터지게 메기고 말이다....

 

시간이 나면 옛날에 어른들이 그랬던 것 처럼...연락없이 불쑥 그 어른들을 찾아가서 용돈이라도 듬뿍드리고 올까보다...

 

화청한 봄날이 날 유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