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죽이기

자전거

덕산연담 2009. 2. 23. 10:16

내가 처음으로 자전거를 소유하게 된 것은 1970 년 초등학교을 졸업하고, 약 8킬로가 떨어진 읍내로 중학교를 다녀야하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는 부자집의 상징이 '제봉틀'과 '자전거'의 소유 여부에 달려 있을 정도로 중요하고 비싼 물건 이기도 했다.

 

할아버지께서 손자의 중학교 입학을 축하하는 의미로 새 것으로 사주시고 웃으시던 모습이 선하다. 너무나 키가 작아서 어른들이 타는 자전거를 다루는 것이 여간 힘든일이 아니었다. 한번에 안장에 앉지를 못하고 두번에 걸쳐서 올라야 했고, 넘어지면 발이 땅에 닿지를 않아서 자전거를 안고 넘어지는 꼴이 되어 몸을 다치는 일이 많았다.

 

새로 산 자전거를 배우려고 동네를 끌고 다니고 뒤뚱거리면서 가다가 넘어지기를 수십번을 한다.  이미 새 자전거는 많이 망가지고 상처 투성이가 된다. 그래도 자전거가 아니면 통학이 어려우니 도리가 없었다. 어떤 동내 선배는 키가 너무 작아서 페달이 닿지를 않아서 돌아서 올라오는 페달을 반 바퀴만 밟아 간신히 타기도 했다.

 

가능할 것 같지가 않던 자전거를 타게 된날...잠을 이루지 못했다.  쓰러지지 않고 달려나가는 일이 참으로 신기했다. 속도가 날수록 넘어지지가 않았다. 가만히 서 있지를 못하는 두 바퀴가 달리면 균형을 잡아서 그 상태를 유지하는 일이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자전거는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진다. 계속 앞으로 가야만 된다.

 

어느날 명상에 잠긴날, 나는 자전거의 원리가 우리의 인생 삶과 너무나 똑 같아서 놀랬다. 계속 우리는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눈을 뜨고 생각하고 움직이고...잠시도 끊어짐이 없이 가야만 한다. 때로는 목표를 향해서 때로는 목적도 없이 앞으로 앞으로 간다. 자전거처럼 쓰러지지 않기위해서...

 

내가 내 생각에 함몰되지 않으려면 자전거 탈때처럼 끊임없이 주시해야한다. 내 마음에 올라오는 어떤 생각들은 그 것을 주시하는 순간 사라진다. 그 생각에 빠져버리면 '평화로운 삶'이 사라진다. '평화로운 삶'을 유지하려면 계속해서 페달을 밟는 것 처럼 잠시도 멈추지 말고 일어나는 생각을 바라보아야한다. 자전거가 평형을 이루듯 그런 긴장감에 내가 존재할 때, 비로소 '평화로운 삶'을 가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자주 넘어지듯, 잘 끊어지는 것이 '생각 살피기'이다. 익숙해지면 오래간다. 자전거를 능숙하게 타면 나중에는 타는 일을 망각하듯, 마음 챙김도 익숙해지면 일부러 챙기지 않아도 된다. '평화로운 삶'을 바라지 않아도 그대가 사는 삶이 곧 '평화로운 삶' 그 자체가 되리라.

 

자전거와 삶과 마음수행이 너무나 유사하다. 언제나 움직이는 가운데 동시에 이루어지니 말이다. 제 자리에 서 있는 자전거를 타는 일은 싫증이 난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이나 수행도 매일 변하고 어려워 보이기에 할 만한 일이다.